전 세계 치매 인구는 44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치매 인구는 60만명으로 제주도 인구와 맞먹는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가 발병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치매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은 이제 치매가 흔한 질병이 되고 있다.
30년 후 치매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78조원에 달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엄청난 수로 불어난 치매인구, 이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은 시급히 새로운 치매 대처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숨기지 말자…제1의 해법 ‘커밍아웃’
치매는 끔찍하고 몹쓸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치매를 고백한 이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치매는 꽁꽁 숨기고 싶은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돼 점점 고립돼 간다. 뉴스토마토 '2015은퇴전략포럼' 제2세션 기조발제연사로 나서는 홍창형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사회의 치매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홍 교수는 치매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지적하고 이를 위해 외국의 ‘치매 커밍아웃' 사례를 들어 성공적인 치료에 대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주변에 알리면 자연스럽게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인들이 치매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홍 교수는 "치매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인식 개선이 치료와 예방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일종의 커밍아웃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치매 예방은 절반은 성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과 시설에만 의존하는 치매 대응에서 탈피하고 커밍아웃을 통해 주위의 도움을 구해야만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치매는 가정사 아닌 사회의 몫
치매 환자의 90%는 가정에서 돌보고 있다. 이런 가족들의 고통은 상상을 넘어서 사회의 기초인 가정 파탄 같은 제2의 참극을 가져오는 시한폭탄성 사회문제다. 홍 교수는 치매가 생활 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된 비정상적인 상황에 노출되면서부터 시작돼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치매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지 장애로 늙으면 당연한 노화현상보다는 예방과 치료를 통해 관리 가능한 재앙으로 보는 인식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시설과 병원 설치에만 급급하며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비용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이런 문제가 이미 피할 수 없는현실로 자리잡았다. 노인복지의 천국이라 불리던 일본도 최근 급증하는 치매인구로 국가재정에 빨간불이 켜져 대응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 교수는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치매를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며 “노인들은 사회와 국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하기에 무엇보다 치매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인식 전환에 성공한다면 사회통합 역시 이룰 수 있다. 치매는 남녀노소는 물론 지식인이건 부자이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병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치매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정부와 사회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치료보다 중요한 건 예방
그간 치료에 매달려 왔다면 이제 예방과 조기 검진에 힘써야 하는 시기다. 치매 전 기억장애, 인지장애를 미리 예방하고 조기 검사하는 예방 서비스 역량 강화가 그 방법이다. 치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야 진료와 관리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한계가 있고 가족·타인과 자주 만나야 치매에 안 걸린다는 일종의 ‘생각 바꾸기’가 효과적이다.
발병 전 예방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20~30대부터 연령대별 예방 교육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디지털 치매 극복, 신문읽기 등 활발한 두뇌 활동과 사회활동이 치매를 막는 작지만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치매 관리 전달체계가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치매관리 인프라도 확충돼야 한다.
치매지원센터를 영국의 뇌건강증진센터처럼 50세 이상의 뇌기능을 평가해 맞춤 프로그램과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식의 치매 원인별 포괄적 관리에 무게를 둬 운영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노인이 경로당에, 치매환자가 시설이나 가정에 갇히지 않게 세대간 소통이 제대로 되도록 노인과 젊은 세대가 공생할 수 있는 사회정책이 필요하다.
복지가 아닌 고령친화 헬스산업
치매관리는 복지정책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미래의 부가가치를 지닌 고령친화 헬스산업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가 활동적인 노후를 위해 산업인프라 체계를 대대적으로 마련할 단계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건강도시’ 사업이나 건강수명 늘리기 정책에 치매 관리를 현장 협업으로 접목한다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또 과학적 치매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이나 GPS 등 u-헬스 기기를 활용한 휴먼서비스, 노인세대나 지역을 대상으로 한 건물에 자기 공간과 공동 공간이 공존하는 ‘서비스 하우스’ 보급도 한 방법이다. 정부는 치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 7월부터 '치매 특별등급' 제도를 도입해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가벼운 증상의 치매에 대한 요양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들은 사회와 국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치매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평군보건소가 60세 이상 어르신 50명을 대상으로 치매예방교실 '백설기(백세청춘 설레는 기억청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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