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부족하고 외압에 휘둘리고…국민연금 기금운용 이대론 안된다"
전직 관계자들 "복지부·국회쪽 청탁 비일비재"
2015-09-16 07:00:00 2015-09-16 10:35:23
사진/뉴시스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활용될 500조원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정치권 청탁 등 외풍을 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직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민연금 관계자는 "복지부와 국회의원으로부터 투자에 관한 청탁을 받은 적 있다"며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구체적인 요구를 받은 일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위치에 있으면 청탁이나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재임시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청와대와 정부부처, 국회 등 정치권과 재벌의 입김에 기금이 운용된 사례가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지난 7월 찬반 의견이 엇갈린 삼성물산 합병 건을 일방적으로 찬성하고 나선 것도 삼성 측에 유리하도록 의결권을 행사하라는 외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14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물산 주총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진을 만났다"고 밝혀, 이런 정황을 뒷받침했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500조원은 올해 우리나라 예산(376조원)보다 100조원 이상 많다. 국민 돈으로 조성된 기금의 목적은 국민의 노후 안정이지만, 정부는 이 돈을 어떻게 불릴 지 고민하기보다 자기 입맛 맞추기에 급급하다. 이는 국민연금의 복잡한 기금운용 절차가 만든 빈틈에서 비롯됐다.
 
기금운용 지침과 기금운용 계획·사용 등은 모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20명 남짓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금융·투자분야의 비전문가들이 태반이고, 위원회 출석률은 최근 10년간 65%에 머문다. 심지어 기금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은 실질적 권한이 없어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이러다 보니 기금운용에 대한 장기 투자전략이 세워질 리 만무하고, 윗선이 기금을 정책수단으로 전용하거나 이해관계가 끼어들어도 제지할 수단이 없다.
 
게다가 기획재정부와 복지부가 500조원의 밥그릇을 놓고 한창 힘겨루기 중이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로,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을 근거로 기금본부를 서로 자기 밑에 두겠다고 싸운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역시 장기전략 마련 차원에서 다뤄기지보다 두 부처의 알력다툼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산으로 가면서 자본시장은 제어하지 못할 큰 손에 휘둘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여년간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더니 어느새 96조원을 움직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재벌기업의 주식에 투자가 편중되면서 또 다른 양극화를 낳았다. 국민연금이 시총 상위 10대 기업에 쏟은 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조8000억원이나 된다.
 
지위는 주요주주 또는 최대주로로 자리했지만 권한 행사는 없다. 공적기금의 공공성을 잊은 채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의결권을 행사하기 일쑤다. 최소한의 수익률을 담보할 배당 확대 등의 목소리도 미약하다. 취재팀이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잇는 기업(2014년 17곳·2015년 15곳)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사측 안건에 반대한 비율은 단 3.96%에 그쳤다. 거수기 대주주, 재벌 곳간이라는 비판이 국민연금의 현주소다.
 
최병호·김동훈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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