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마시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할까. 가장 먼저 마실 수 있는 커피의 양만큼 물이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할 때 들어가는 물의 양까지 추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물의 양을 답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의 정답은 정해져 있다. 커피 125㎖ 한 잔을 뽑아내려면 132ℓ의 물이 사용된다. 그리고 덧붙여 1㎏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무려 1만5415ℓ의 물이 필요하다.
이런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소비된다는 것을 소비자가 알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정확한 양까지 계산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사용되는 것이 표준, 바로 '물발자국'이다.
어떤 제품이 원료를 생산하고 제조,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 거기다 잠재적인 환경영향까지 정량화 한 것이 바로 '물발자국'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지난해 이 물발자국을 국제표준(ISO 14046)으로 제정했다. 말 그대로 국제 표준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표준'의 중요성…이미 세계는 표준 전쟁 중
우리가 흔히 접하는 KS는 '한국공업규격'이다. 공산품을 구매할 때 이 마크를 챙겨보는 이유는 표준 규격을 통과 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로하스(LOHAS) 인증을 받은 달걀과 우유 등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표준에 익숙해져 있다.
실제 생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표준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표준을 장악하는 자가 시장을 장악한다'는 말처럼 표준은 이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사용된다.
앞서 언급된 '물발자국'이 중요한 이유도 이 표준이 친환경관련 제도와 연결돼 유럽연합(EU)를 중심으로 제품규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품의 규제는 곧 기업들의 수출과 직결된다.
이미 호주와 미국, 스페인 등에서는 물발자국 관련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며, EU도 2020년까지 규제 도입을 목표로 배터리와 IT장비, 식음료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수많은 제약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경제를 이끈 주역도 바로 표준이다. 'Made in Korea'가 세계에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싸구려 제품'이 아닌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는 품질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국제표준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ISO 서울총회…표준 강국 자리매김 기회
한국은 1963년 6월 20일 ISO에 가입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 개발에 나서던 시기로 한국의 ISO가입은 표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한국산 제품이 '싸구려'가 아닌 고품질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이다.
ISO가입 52년만에 '표준올림픽'으로 불리는 ISO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15 ISO 서울 총회 주간'에는 162개국에서 700여명이 참가해 표준화 정책과 내년부터 2020년까지의 표준전략과 표준의 이점 등을 논의하게 된다.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ISO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가 개최되고 ISO 이사회, 개발도상국위원회(DEVCO) 등이 함께 열린다. 총회 마지막날에는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기술력과 표준화 사례를 소개할 수 있는 산업 시찰의 날도 진행된다.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 LS산전, 한국인삼공사 등이 해외 표준 관계자들에게 소개된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ISO총회가 올림픽 못지 않은 중요 외교행사 인데 지금까지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표준과 관련해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전세계 20개 국가들로 구성된 ISO 이사국 가운데 하나로 ISO에서 평가 순위 9위에 위치하고 있다. 또 지난해 78건의 표준을 제안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은 "이번 2015 ISO 서울 총회 주간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국제 표준화 사회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국민과 기업에서도 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기술센터 대회의장에서 열린 2015 ISO 서울총회 서포터즈 발대식에서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2015 ISO 서울총회 준비사무국
한국의 국제표준화기구(ISO) 참여 현황. 자료/2015 ISO서울총회 준비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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