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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에 속도내는 삼성…성과는 여전히 미지수
2015-09-13 13:13:26 2015-09-13 13:29:05
삼성전자(005930)가 타이젠 운영체제(OS)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기기의 출시와 타이젠 개발자 서밋을 개최하며 콘텐츠 확장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와 IOS 등 일부 OS가 독점인 구조를 이루고 모바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타이젠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17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중국 선전에서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 2015'를 열 계획이다. 지난 7월말에는 인도에서 대규모 개발자 회의인 '타이젠 개발자 서밋'을 진행햤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과 최대 성장시장인 인도에서 신흥 시장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타이젠 저변확대에 나선 것이다. 
 
타이젠 스마트폰인 'Z3'의 출시도 임박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Z3는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통과했다. 일반적으로 인증 획득 1~2개월 후 공식 출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FCC 인증은 출시 준비의 마지막 단계로 여겨진다.
 
Z3는 Z1에 이어 타이젠을 탑재한 두 번째 스마트폰이다. Z1은 인도, 방글라데시에서 올 상반기 100만대가량 판매됐다. Z3는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을 비롯해 이집트 등 중동지역까지 출시 국가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의 3개국의 인구가 14억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세계 인구 대비 약 20%에 해당하는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타이젠 OS 점유율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미국 인텔 등 12개사와 함께 개발했다. 앞서 준비한 독자 OS인 '바다'의 실패를 딛고 내놓은 OS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구축 등 후속작업에 난항을 겪으며 3년간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야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테스트다운 테스트가 진행 중인 셈이다.
 
타이젠이 난항을 겪는 사이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됐다. 올 2분기는 2013년 이후 최저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내년 성장률은 5.8%로 올해보다 2.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OS의 시장 독점도 심해지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2분기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82.2%, iOS의 점유율은 14.6%로 구글과 애플의 점유율 합이 96.8%에 달했다. MS와 블랙베리 그리고 기타 OS의 점유율은 3.2%로 전년동기 4.0%에서 0.8%포인트 내려갔다. 타이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안드로이드와 iOS의 점유율이 두터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바다를 처음 내놓았을 당시에는 개발자들 스스로 앱을 만들 수 있는 모바일 생태계 터전이 마련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자신한다. 또 타이젠은 단순히 모바일 OS라기보다는 모든 스마트 기기를 아우르는 OS이자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속절없이 내준 OS 주도권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타이젠 전략이 무위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포화된 OS 시장에서 저가 중심인 타이젠 폰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타이젠 스토어가 180여개 국가에서 문을 열었지만 등록된 앱은 1000여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애플 아이폰을 만든 사용자 경험(UX)의 기초는 사실 조그만 음악재생기 아이팟에서 시작됐다"며 "타이젠은 우선 한 가지 플랫폼에서라도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사용자 경험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타이젠 개발자 서밋에서 관계자가 타이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타이젠 페이스북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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