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분노를 풀 곳이 없다
2015-09-11 06:00:00 2015-09-11 06:00:00
Mnet '쇼미더머니4'가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래퍼들이 출연해 경쟁을 펼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힙합 음악이 사랑을 받았다. '쇼미더머니4'의 음원들은 각종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하지만 음악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래퍼들 사이의 디스전이었다.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를 줄인 말이다. 힙합 장르에서 랩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을 뜻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것이 싸움 구경 아니던가. '쇼미더머니4'의 디스전은 온라인상에서 빅이슈였다. 디스전을 펼친 래퍼는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제작진은 만족할 만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쇼미더머니4'는 윈윈게임이었다.
 
하지만 일부 래퍼가 도를 넘어선 디스랩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저질랩'이었다. 힙합계 내부에서도 '쇼미더머니4'를 통해 디스가 마치 힙합의 전부인 것처럼 표현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도를 넘어선 디스랩을 하는 것은 상대방의 눈앞에서 말로 악성 댓글을 다는 격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많은 유명인들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 유명인들이 악플러들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하는 추세지만, 포털 사이트 뉴스 게시판은 여전히 악성 댓글로 가득하다.
 
사람들이 상대방을 헐뜯고 욕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뭘까. 경찰에 입건된 악플러들이 내놓는 변명 중 하나가 "홧김에"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홧김에, 평소 일이 풀리지 않아서 홧김에 악성 댓글을 달았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일은 자신의 분노를 푸는 일종의 놀이다. '저항 정신'으로 포장된 힙합의 디스에도 이와 같은 분노의 정서가 깔려 있다. 개인 또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디스를 통해 풀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분노로 인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수원에서는 친언니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흉기로 찔러 상처를 입힌 혐의로 동생이 불구속 입건됐다. 대구에서는 의처증이 있는 70대 남성이 자신에게 맞은 아내를 아들이 데려가자 홧김에 집에 불을 질렀다.
 
요즘 우리 국민의 삶은 고달프다.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와의 전쟁이다. 전셋값은 오르고 가계 부채는 늘어나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소득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분노를 풀 곳은 없다. 마음껏 화낼 곳도 없는 힘없는 국민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더러운 세상을 향해 시원하게 디스랩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정해욱 문화체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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