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다. 이 추세라면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들의 빈곤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노령층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고령화·저성장시대, 과연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고령화 사회의 대안을 모색하고 비전을 제시해온 뉴스토마토 은퇴전략포럼이 오는 18일 제4회를 맞아 ‘은퇴의 역설, 일자리가 있는 노후’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될 제1세션 ‘노인일자리 실태와 해법’을 시작으로 연속 2회에 걸쳐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 연사들의 명견을 미리 살펴본다. (편집자)
취업 전선에 나서는 노인들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33.1%였던 노인(65세 이상) 고용률은 계속 증가해 2050년엔 40.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평균 수명 증가로 노후 생활이 길어져 일하는 노인의 수가 2050년 734만명으로 2010년(181만명)의 네 배 이상 될 전망이다. 지금으로부터 35년 뒤엔 노인 다섯명 중 두명이 일을 하는 셈이다.
반면 이들에게 주어진 일자리의 질은 열악하고 직종도 한정돼 있다. '2015은퇴전략포럼' 제1세션 발표자로 나서는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인들을 위해 유연하게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는 일터가 많아져야 한다”며 “청소나 경비 등에 집중된 일자리도 좀 더 전문화된 분야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서 고용과 실업을 반복
수명은 길어졌는데 은퇴는 빨라졌다.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 등의 이름으로 평생고용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가족을 부양하자니 어떤 형태로든 일은 해야 한다. 상당수의 중고령자는 직장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남아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고 있다.
3명 중 1명은 임시·일용직 등 열악한 근로조건에 처해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50~64세 사이의 중고령자 147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4.8%, 13.3%로 전체의 28.1%를 차지했다.
자영업자가 31.1%, 무급가족종사자가 15.1% 였으며 상용직은 21%로 집계됐다. 강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에서 평균 정년 퇴직연령은 약 54.1세지만 실질 은퇴연령은 71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50대 초중반에 생애 주직장에서 은퇴해도 결국 생활비를 벌기 위해 70세 전후까지 비정규직이든 뭐든 어떤 형태로든 근로활동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노인친화적 일자리 체계적 설계해야
노인들이 당장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고 우리 주위에서 쉽게 노인 워킹푸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노인 노동 시장의 문제가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도 노인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노인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79.3%로 가장 많았다. '용돈 마련'을 위해 일한다는 노인은 8.6%뿐이었다.
이런 노인들 대부분은 숙련도가 요구되지 않은 단순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노인들의 일자리는 농림어업이 38.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경비·수위·청소 업무(19.3%), 운송·건설 업무(10.8%) 등에 종사하는 노인도 다수였다.
전문직과 행정사무직은 각각 3.5%, 1.2%로 소수에 불과했다. 강 부연구위원은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구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맞춤형 일자리 창출 등 정부가 관련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당장의 복지예산 증액보다는 노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강 부연구위원은 “생애주직장에서의 퇴직과 노년기에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상실로부터 안정적이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노후설계서비스의 활성화가 요구된다”며 “중년기 이전부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와 기간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노후 소득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노동시장에 잔류할 수밖에 없는 노인에 비해 고령인력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부족한 상황을 감안해 정부지원일자리를 한시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노인 워킹푸어, 최저임금 인상이 해법
노인 워킹푸어들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해법은 무엇일까. 고령자에 대한 근로조건 악화는 바로 '낮은 임금'과 '빈번한 고용 단절'로 인한 불안정한 고용에 있다.
서비스업의 확대와 함께 관련 직종이 상당부분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관계의 일자리라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해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먼저 최저 임금에 미달하는 저임금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최저 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면 현재 55세 정도에 정년을 맞이하고 적어도 70세 즈음까지는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들의 워킹푸어 문제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사회 서비스 분야의 고용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고용의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저임금의 불안정 고용 관계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수만 더 증가시킬 뿐이다. 퇴직 이후 많은 수의 노인들이 신체적으로 가능한 한 여전히 근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기에 저임금 노인 일자리의 확산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불안정한 노동시장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지금의 노인들뿐만 아니라 미래 노인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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