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오피스', 살인현장이 된 사무실
입력 : 2015-08-19 18:15:10 수정 : 2015-08-20 09:54:32
[뉴스토마토 함상범 기자] 매일 아침 9시까지 출근하고,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고, 때로는 잠을 청하기도 하는 사무실이 하루아침에 살인현장이 된다. 내 집만큼 편한 공간이 공포의 공간이 된다. 내 옆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죽는다. 영화 <오피스>는 제한적이고 일상적인 사무실을 배경으로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그려내는 영화다.
 
영업 2팀 김병국(배성우 분) 과장은 열심히 일한다. 다만 우직하고 융통성이 없고 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눈치 없이 열심히만 한다.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들에게는 '왕따'가 된다. 그런 그가 퇴근 후 아내와 아들, 어머니까지 일가족을 몰살한 뒤 사라진다. 사건을 맡은 광역수사대 최종훈(박성웅 분) 형사는 김병국이 가족을 살해하자마자 회사로 돌아왔다는 것을 CCTV로 확인한다. 하지만 그가 회사에서 다시 나간 장면은 포착되지 않는다. 김 과장은 아직도 회사에 있는 것일까.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 <오피스> 포스터. 사진/리틀빅픽쳐스
 
김 과장과 친하게 지냈던 인턴 이미례(고아성 분)는 지방대를 졸업한 인턴 5개월 차 비정규직이다. 전라도 광주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잡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사투리도 쓰지 않았다. 인턴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서울 월세 탓에 직장과 아주 먼 곳에서 출퇴근을 한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정규직이 꼭 돼야한다. 김 과장 사건으로 사무실은 어수선하고 흉흉하지만 미례는 정규직이 되겠다는 희망으로 회사 업무에 집중한다. 선배들의 지나친 핍박에도 미소로 대신한다. 그러던 중 화려한 스펙에 예쁜 얼굴, 센스까지 겸비한 해외파 신다미(손수현 분)가 새 인턴으로 들어온다. 정직원의 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동료들이 죽어간다. 이내 사무실은 살인현장이 된다.
 
영화는 비정규직의 애환이나 직장인들의 살인적인 스트레스 등을 이용해 우리 주위사람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방식을 차용한다. <이웃사람>에서 이웃을 연쇄살인범으로, <숨바꼭질>에서 택배기사를 살인범으로 설정한 지점과 같은 맥락이다. 표면적으로는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지만, 상당 부분 호러 장르의 방식을 이용하기도 했다. 등장인물의 시점을 기준으로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오는 인물이나 강렬한 음향을 기반으로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몇몇의 살인 장면은 굉장히 자세하게 묘사해 잔혹함을 더한다. 큰 반전은 없지만 적절히 죄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홍원찬 감독은 입봉작임에도 훌륭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배우 고아성이 <오피스>에서 열연을 펼쳤다. 사진/리틀빅픽쳐스
 
영화의 중심인물인 고아성은 공포물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배성우, 박성웅, 김의성, 류현경, 이채은, 박정민 등 주요 배우들의 연기력도 안정적이다. 다만 현실 속 스트레스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명분이 허술하다. 살인까지 해야될 수준의 고통이었는지 공감되지 않는다. 살인사건이 사적 복수처럼 여겨져,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특정 조직의 문제로 인식되는 점도 아쉽다.
 
스토리의 허술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호러 장르물의 특성을 적절히 살렸다. 보고나면 진이 빠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2015년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런닝타임은 111분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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