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동 컴온정책앤문화연구소 소장
이번에도 여지없이 컨트롤타워가 문제가 됐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이어, 목함 지뢰 사건까지, 얼마나 더 많은 국민적 희생이 있어야 우리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 국민은 컨트롤타워를 가질 수 없는 국가에 살고 있는 걸까. 대통령이 말한 국가의 존재이유는 또 다시 부정됐다.
컨트롤타워와 관련해, 정확히 말하면 세월호와 메르스가 컨트롤타워 부재와 무능의 복합적 문제라면 이번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은 컨트롤타워의 무능이란 점에서 다르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에 한해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라고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언급한 바, 적어도 이번 사건의 컨트롤타워가 국가안보실인 점은 분명하다.
컨트롤타워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휘부다. 사건 및 사고 발생, 현장 상황 파악, 보고 및 전달, 판단, 지시, 실행이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보고된 모든 사항에 대해 판단하고 지시를 내린다. 부처 간 통합과 조정도 이 과정에서 이뤄진다. 핵심은 보고 및 전달 단계부터다. 6하 원칙에 의거한 보고 전달은 단순한 사실관계를 적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자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정무적 판단이 수반돼야 한다. 보고와 동시에 컨트롤타워의 지시와 실행을 예상해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기본이다.
이는 보고전달 체계가 확실히 구축돼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컨트롤타워는 보고된 사항에 대해 최종적인 정무적 판단과 함께 사건·사고에 대한 적절한 지시를 내리고, 각 부처는 실행에 옮기면 된다.
목함 지뢰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 먼저 1차 보고가 ‘북한이 매설한 목함 지뢰에 의한 우리 국군 장병들의 발목절단 사고’라고 보고된 듯하다. 정무적 판단과 통찰력은 찾아볼 수도 없고, 사실관계만 보고됐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도발’ 다섯 자로 표현했어야 했다. 더 이상 붙일 것도, 뺄 것도 없다.
우연히, 또는 재수가 없어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최근에 우리 장병들의 수색경로를 정확히 파악해 매설했고, 근시일내 사고가 발생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살상의 확정적 고의로 설치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어야 했다. 연평해전, 천안함에 이어 판문점에서 북한에 의한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예견도 이미 있었다. 결국 천안함 사건과는 바다냐 육지냐의 차이일 뿐 북한의 도발이라는 점이 본질이다.
그래서 컨트롤타워는 최소한 북한의 즉각적인 사과와 매설된 목함 지뢰 수거를 포함한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불응에 대비한 조치를 명백히 밝혔어야 했다. 사건 유발자에 대한 응징은 타이밍과 수위가 관건이므로,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그런데 북한의 도발 다음날 구걸하듯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실행에 대비해야 할 군 지휘부는 저녁에 폭탄주를 마셨다고 한다.
심지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뒤에 숨어서 얼굴도 안 보인다.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군사분계선을 침범해서 우리 장병의 살상을 기도한 명백한 군사도발’이라고 언급하기 전까지 변명만 난무할 뿐 모두가 묵묵부답이었다.
우리 국민도 그들처럼 입을 닫고 살아야 하는가. 그래도 마지막으로 할 말은 하자. 부루투스의 칼에 사망한 케사르도 믿음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지 않았던가. 우리 국민도 국가안보에 관한 한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있고, 그 역할을 다 할 것이라 믿었다. 물론 그 믿음은 항상 실망과 배신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행히도 그 중심에는 청와대가 있다.
이상동 컴온정책앤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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