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애국 마케팅? '암살'과 '연평해전'이 다른 까닭
콘텐츠의 성공, 마케팅보다 완성도가 우선 돼야
2015-08-06 06:00:00 2015-08-06 06:00:00
올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우리 영화는 단연 <연평해전>과 <암살>이다. 지난 3일 현재 <연평해전>은 6백만 관객을 넘어섰고, <암살>은 7백만을 넘어서 8백만을 향해 가고 있다. <연평해전>이 주춤한 가운데, <암살>은 일찌감치 올해 첫 번째 1천만 관객 영화를 예고하고 있다. 입소문이 점점 퍼지면서 <암살>을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피서를 오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해전>은 제 2차 연평해전에서 안타깝게 산화한 우리네 젊은 청춘들을 소재로 다뤘고, <암살>은 일제강점기의 일본군 요원과 친일파를 저격하는 독립군의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왔다. 소재적으로만 보면 ‘국가’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두 영화를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를 거론하는 건 그리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애국 마케팅’이라고 하면 조금 뉘앙스가 달라진다. 항간에는 두 영화를 모두 싸잡아 애국 마케팅 운운하지만, 그런 섣부른 단정에 <암살>이란 영화는 억울할 것 같다.
 
<연평해전>에서 애국 마케팅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화관에 줄을 서서 단체관람을 하고 있는 군인들만 봐도 그렇다. 심지어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수업을 빼먹고 이 영화를 단체 관람시켰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애국을 소재로 하는 것이 잘못됐다 말하긴 어렵다. 다만 그것을 소재로 해서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연평해전>은 이미 제작단계에서부터 육해공 삼군을 끌어들임으로써 마케팅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무엇보다 <연평해전>에서 애국 마케팅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건 부족한 영화적 완성도 때문이다. 물론 실제 2차 연평해전의 희생자를 추모한다는 뜻은 폄하될 수 없는 일이지만 영화는 그 자체로 보면 너무 지루하게 만들어졌다. 마지막 연평해전의 장면을 빼놓고 나면 마치 7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전형적인 이야기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실제 소재가 되고 있는 2차 연평해전이 갖는 무게감이 영화적 상상력을 허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암살>은 이러한 ‘애국’을 너무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케이퍼 무비 장르가 갖는 재미 요소들을 충분히 배치함으로써 애국적 분위기에 비장해질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조금은 누그러뜨려 놓는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초개처럼 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린 당대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 역시 놓치지 않는다. 영화는 애국이란 말을 떼놓고도 충분히 영화적으로 재미있다. 그리고 나올 때 나라를 위해 싸우다 간 독립투사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잊지 않는다.
 
이게 가능해진 건 애국이라는 소재 그 자체보다 영화적 완성도가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연평해전>이 너무 애국을 내세워 관객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주었다면, <암살>은 그 적절한 균형을 맞췄기 때문에 영화적 즐거움과 함께 의미도 놓치지 않는 성과를 가져왔다. 그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마케팅만으로 영화가 성공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콘텐츠가 그 자체로 갖는 경쟁력이다. <암살>은 그걸 충분히 보여줬고 <연평해전>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정덕현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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