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구분할 것 없이 전 세계는 수십 년, 수백 년 만의 가뭄과 홍수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 소양강댐 수위가 4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수도권 물 공급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으며,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와 태풍에도 가뭄이 해갈되지 않아 가뭄의 위기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는 늘어났으나 평상시 강우는 오히려 줄어들어 매년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번갈아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수자원사업본부장.
이렇듯 한정적인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고 공평하게 이용하는 '통합물관리'가 해결방안이다. 통합물관리란 지속적인 물 이용을 위해 수량과 수질, 생태 등을 고려해 수자원을 유역단위로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수량이 풍부한 남쪽의 물을 물이 부족한 북쪽으로 가져다 쓰기 위한 남수북조(南水北調)사업을 60년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개통한 중선 수로는 소양강댐 저수량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연간 130억톤에 달하는 양쯔강 물을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세배인 1400㎞를 이동시켜 베이징에서 사용한다고 하니, 많은 고민과 혜안을 바탕으로 한발 앞서 통합물관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통합물관리에 관한 인식이 다소 부족하고, 사회적인 논의도 활발하지 않다. 언론에서 오래도록 논란이 되고 있는 경북·대구 맑은 물 공급사업 등 취수원 이전 문제, 용담댐 용수 배분 등 수자원의 이용 문제, 섬진강·가화천 민원 등 하천수의 양적 문제 등 물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조금씩 양보하면 서로의 필요성에 맞게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눠 쓸 수 있음에도 소통하고 협력하는 절차가 없고, 갖고 있는 자원은 무조건 놓지 않으려는 안타까운 이기심들로 인해 해묵은 지역의 물 문제로 굳어져 통합물관리를 더디게 하고 있다.
그 동안 물 문제 관련해서는 댐 건설 갈등이 대표적이었다. 지역별로 찬·반 여론이 있고 NGO 등은 환경피해 등을 이유로 댐 건설을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자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댐 사업절차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개선된 댐 사업절차는 계획수립 단계부터 그 동안 국책사업에서 없었던 충분한 사전 논의과정과 지역의견 수렴절차를 도입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NGO, 주민이 참여해 쟁점사항에 대해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갈등조정 과정을 통해 올바른 지역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실제로 이런 개선 사업절차를 지역에서 건의한 원주천댐 등 소규모 댐 사업에 대해 적용한 결과, 댐 사업으로 인한 지역사회 갈등은 상당히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댐 사업절차 개선을 통해 소통과 협력의 좋은 선례를 만들어 가고 있듯이, 현재까지 지역의 물 문제가 이해관계자 간 갈등 속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됐다면 이제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해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의 장을 마련해 모든 쟁점과 대립요소를 펼쳐 논의하고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나갈 때, 해묵은 지역의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서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수자원 이용이 가능한 통합물관리가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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