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다시 부는 묻지마 '땅 바람' 주의 해야
2015-07-16 16:50:41 2015-07-16 16:50:41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분양시장 열기가 무서울 정도로 뜨겁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에 나섰다하면 순위 내 마감은 당연지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내집을 가지기 위해, 또 기왕이면 새집을 가지기 위해 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분양시장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곳이 있다. 바로 토지시장이다. 건설사들의 공동주택용지 확보 경쟁은 물론, 땅을 사려는 개인 투자자들까지 몰리면서 부동산시장에서 땅 투자가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최근 공급된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추첨에는 28필지에 3만명 가까이 몰리며 평균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고, 최고 경쟁률은 무려 3825대 1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이며 모두 팔렸다. 필지당 신청예약금이 10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곳에만 무려 3조원 가까운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상가주택으로 불리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가 이처럼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안정적인 주거와 임대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고 맨 윗층을 투자자가 직접 거주하고, 아래층은 전세나 월세, 또 1층은 상가로 임대해 수익을 얻는 것이 보통이다.
 
이같은 이유로 상가주택용지는 공급될 때마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인천 인천 영종하늘도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입찰에는 6개 필지에 9000명이 넘게 신청하면서 1400대 1이 웃도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 공급된 원주기업도시에서는 최고 6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공급된 위례신도시와 올해 3월 공급된 제주삼화지구 역시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며 낙찰자들은 마치 '로또'에 당첨된 듯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당첨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의 경우 주변 중개업소를 통해 용지 구입 문의를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상가주택 용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당첨자들이 웃돈을 얹어 파는 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가주택용지 공급 추첨에 참여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당첨과 함께 수천만원의 웃돈을 받고 바로 전매하려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분양권 시장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폭탄돌리기가 토지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주변의 지인들 가운데 일부는 소액으로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일단 경쟁에 참여해 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또 일부는 얼마의 웃돈을 주고 누군가가 당첨 받은 용지를 구입해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수요자는 한정돼 있다. 또 공급은 갈수록 늘고 있다. 단기간 고수익에 혹해 투자에 나섰다가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실거주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위해 뒤늦게 구입에 나선 사람들의 경우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주변시세를 꼼꼼히 체크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상가주택 투자 열풍 뿐 아니라 건설사들의 공동주택 용지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9.1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규모 택지지구 지정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주택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이미 지정된 택지지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높아졌다. 또 높아진 몸값 만큼이나 건설사 간 땅 확보 경쟁 역시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공급된 시흥은계지구 공동주택용지 입찰에는 무려 600개가 넘는 건설사들이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위례신도시 공동주택용지 역시 500대 1이 넘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인천가정지구와 화성동탄2신도시에서도 수백 대 일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아파트 공급용지를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의 경쟁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처럼 땅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낙찰을 받기 위한 온갖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특히, 중소건설사들의 경우 계열사들을 총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계열사가 낙찰을 받으면 다시 건설사에게 전매하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결국 분양가에 반영될 수 밖에 없고, 그 부담은 다시 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추첨으로 공급되는 공공택지지구 용지의 경우 당첨 확률이 워낙 낮아 아예 자체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향후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분양시장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분위기를 탄 건설사들이 그동안 확보하고 있던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줄기차게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칫 주택경기가 사그라들면서 어렵게 당첨받은 용지가 향후 건설사의 앞날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당첨을 받고 보자는 묻지마 식 당첨 경쟁에 뛰어드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