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골리앗을 이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기에 사람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흥미를 가진다. 다윗은 골리앗에 비하면 한참 약자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 결과는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랐고 그래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전설처럼 우리 머릿속에 기억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결국 사퇴했다. 1000자가 넘는 ‘사퇴의 변’과 함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윗과 골리앗 대결’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 대통령과 맞서서 버텨내기란 애당초 불가능해 보였다. 국민들은 2주 가까이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갈등 정국을 바라보며 얼마나 답답했을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여론은 이미 나빠졌다. 향후 두 인물의 정치적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중요한 정치적 변곡점을 뽑는다면 지금부터 내년 총선까지, 내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국면까지, 대선이후 2018년 지방선거의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지금부터 내년 총선까지다. 최소한 내년 총선까지는 대통령의 승리로 보인다. 총선은 후보, 조직 그리고 지지층의 싸움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반응이 중요하다. 리얼미터가 자체조사로 지난 7월 6일 실시한 조사(전국500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물어본 결과, 절반정도인 49.4%는 사퇴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사퇴에 찬성하는 응답은 35.7%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10명 중 6명이 넘는 62%가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원내대표의 사퇴에 무게를 실었다. 새누리당 지지층을 이번 싸움의 심판으로 삼는다면 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 올린 셈이다. 깊어지는 갈등 양상으로 자칫 당의 기반이 붕괴되지 않을까 우려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새 원내대표나 지도부가 대통령과 정면 대결한 이미지를 갖게 된 유 전 원내대표를 품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반응을 전망해보거나 신임 원내대표와의 관계로 볼 때 유 전 원내대표의 당내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그러나 총선이후 대선까지는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관계가 묘해진다.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새누리당의 무게 중심은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대선후보 쪽으로 옮겨간다. 내년 총선이후 유 전 원내대표가 어떤 정치적 입장에 서 있더라도 대통령에게 호락호락 당하는 상황에 내몰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갤럽이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이어온 역대 대통령 지지율을 살펴보면 임기 4년차 4분기의 최고 지지율은 32%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30%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박 대통령은 유 전 원내대표를 견제할 여유도, 힘도 발휘하기 어렵다. 내 코가 석자인 새누리당과 차기 대선후보 입장에서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 관련 문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결국 총선이후 대선까지는 정치적 상황을 전망할 때 어느 쪽 손도 올라가지 않는 심심한 ‘무승부’ 상황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두 사람의 마지막 승부는 2017년 대선직후부터 2018년 지방선거 때까지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의 퇴임직후 사회적 영향력을 수치로 표현하면 거의 영에 가깝다. 현직 대통령이 가장 영향력 강한 시점을 100으로 한다면 퇴임직후 환경은 급변한다. 퇴임 대통령의 일반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대통령 개인의 국정 운영 내용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경우에도 다음 대선 직후 사회적 관심 밖으로 사라질 숙명을 피하긴 힘들 듯 하다. 반면에 대선이후 지방정부의 판도를 결정하는 2018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새누리당 앞에 절체절명의 숙제로 다가오게 된다. 전통적인 지지 기반을 벗어나 전국적인 지명도와 호감도를 갖춘 사람의 선거 영향력이 절실해 진다. 원내대표 사퇴국면에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쌓았고 40대 수도권 화이트칼라 유권자들에게 진한 정치적 여운을 남긴 유 전 원내대표의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 누구의 승리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소통의 리더십’을 펼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승자는 없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 사이에서 빚어진 갈등과 반목으로부터 아무런 소회가 없었을까. 박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후 국민들로부터 받는 평가에 초연할 수 없다. 유 전 원내대표 역시 향후 정치적 행보에 있어 선언적 미사여구만 남발한다면 내일은 없다. 인디언 속담이 문득 떠오른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배종찬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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