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넘게 이어지던 국회법 개정안 파동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 끝을 맺었다.
유 원내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 불가피 결론을 내린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한 것이지만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친박(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던 사퇴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를 고수하던 유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소신을 지키려다 좌절된' 원내대표라는 마지막 모습을 남겼다.
그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자기 정치를 하려는 무능한 여당 원내사령탑'으로 낙인찍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의 부당함을 지적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국회 연설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옆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 했다.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며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끝까지 부각시켰다.
한편, 유 원내대표의 중도 사퇴로 당내 최고의결집행기관인 최고위원회 등 지도부 재편 작업이 곧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및 지명직 최고위원 6인, 정책위의장 등으로 구성되는데 원내대표 사퇴와 이에 동반한 정책위의장의 당연 사퇴로 친박 색채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지금보다 더 수직적인 당청관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유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공방을 벌인 친박계와 비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한숨 고르는 모양새지만 곧 이어질 차기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대표 궐위시 7일 이내에 신임 원내대표롤 선출해야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선출시기를 달리할 수 있어 신임 원내대표 선출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내에서는 친박계를 중심으로 합의추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박계에서는 친박 일색 최고위가 구성되는 상황에 대비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 원내대표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주영 의원을 비롯 주호영 의원, 정우택 의원 등이 차기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당내 화합을 위해 유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를 맺었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신임 원내대표로 합의추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하고 원내대표직 사퇴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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