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정의당과 조성주
2015-06-21 11:51:30 2015-06-21 11:51:30
메르스 국면에서 청와대에 대한 원성이 빗발치지만 기실 한국 정치 전체가 저(低)신뢰의 늪에 빠져있다. 보수정당만 그렇다면 진보정당이 반사 이익이라도 거두겠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원내유일 진보정당을 자부하는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독자적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고 호응을 이끌어 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참여당의 복잡한 이합집산 과정을 겪으며 노동, 농민 등 전통적 기반이 분리됐다. 한 고참 당원에게 ‘울산이나 창원 같은 쪽은 당세가 어떠냐’고 물었더니 “영남진보벨트는 당원 수가 미미하다. 이제 우리 당은 이제 수도권 정당이 됐다”고 답이 돌아왔다.
 
“진보도 변해야 한다”와 “기본을 견지하지 못하면 진보가 아니다” 사이에서 정의당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당직 선거가 시작됐다. 당대표, 부대표, 광역시도당 위원장, 그리고 각급 대의원을 당원 직선투표로 선출한다. 보통선거고 평등선거고 직접선거다. 이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역시 진보정당이 앞선다”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다.
 
대의원과 권리당원과 평당원을 나누고, ARS와 현장투표를 나누고, 여론조사 속에서 일반 여론조사와 지지자 여론조사를 나누기도 하고 거기다가 또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를 두고, 어디 비중을 몇 퍼센트로 하느냐, 여론조사 기관은 어디로 하냐에 목숨 거는 곳이 거대정당이다. (거대 양당이 똑같다 하면 새누리당에 실례되는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심하다.)
 
실은 정의당도 부작용이 있었다. 통합진보당 시절 ‘비례대표 부정경선 시비’로 당이 절단났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대의원과 일반 당원의 투표권을 나누자” “여론조사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온 적은 없다.
 
당원들이 직접 리더를 선출하고, 그 리더가 당을 책임지고, 당 전체가 그 리더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진보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찌 그게 진보정치의 기본이기만 하겠나. 정치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지켜야 인재가 당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
 
대학생위원회 위원장, 의원 보좌관 등을 지내며 당 안에서 컸고, 청년유니온 정책팀장과 서울시 노동담당관을 맡으며 당 밖에서 훈련받은 조성주라는 젊은 인재가 정의당 당대표직에 출사표를 던진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이번 정의당 당직 선거를 ‘노회찬 심상정 빅매치’라 규정짓고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게시판 등은 조성주 출마선언문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다른 정당과 싸우는 정당이 아니라 미래와 싸우는 정당이다“ ”두려움 없는 과감한 증세, 세대 간 평등을 실현하는 고용보험 개혁과 연금개혁, 과감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우리의 방향을 잡아가자“는 외침이 거센 울림을 만들고 있다.
 
이 칼럼을 쓰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정의당을 쳐보니 첫 번째 연관검색어가 ‘조성주 정의당’으로 나온다. 정의당 밖의 사람들에게도 벌써 화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벌써 “우리 당 젊은 친구들도 저렇게 실력과 야심을 겸비해야 되는데 때 되면 ‘청년 몫 할당’이나 이야기하며 공천이나 넘볼 줄 알지”라고 혀를 차는 큰 정당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창당 때부터 대학생(청년)위원회를 독자적으로 운영케 했고 당 운영에 청년과 여성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왔다. 이번에도 부대표를 셋 뽑는데 여성, 청년 각 1인을 필수적으로 포함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