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시중은행 비대면 거래 늘어

병원 기피하면서 나이롱 환자는 감소

사진/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금융권의 영업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발벗고 나섰던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아웃바운드(Outbound)’ 영업은 위축된 반면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병원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 줄어들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서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아웃바운드 영업이다. 휴대용 단말기를 들고다니면서 고객들을 찾아가 은행 업무를 지원하는 ‘포터블 브랜치’가 메르스 사태가 터진 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국민은행의 경우 6월 들어 포터블 브랜치 가동률은 5~10%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하나은행도 지난주 유치원과 학교를 대상으로 할 예정이었던 포터블 브랜치 영업 활동을 취소했다.

 

반면에 고객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거래는 크게 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이체 건수는 4679만3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1187만3504건)나 급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 분위기를 봐도 예전보다 확실히 한산해졌다"며 "대출 같은 급한 업무가 아니면 거의 비대면으로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메르스 사태로 고객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예상치 못했던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1개 보험사 가운데 메리츠와 하이카를 제외한 9개 보험사의 지난달 손해율은 전달보다 줄었다. 이들 보험사의 평균손해율은 4월 90.5%에서 5월 79.1%로 한달새 크게 떨어졌다.

 

보험업계의 골치거리인 나이롱 환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검사를 받거나 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 합의로 가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병원이 메르스를 전파하는 온상으로 떠오르면서 나이롱 환자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자동차 사고 당사자들이 병원을 자주 다니는 보상담당 직원들과의 만남을 꺼리면서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늦어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종용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