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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미사일 경쟁 가열…"공포의 거래"
남 '사거리 500km 이상 미사일' vs 북, SLBM 이어 인공위성 발사 시사
박근혜 대통령 참관으로 '김정은에 맞불' 모양새
2015-06-07 10:10:20 2015-06-07 10:10:20
남·북한이 미사일 군비 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측은 과거보다 사정거리를 늘린 탄도미사일 개발을 최근 마무리했다. 북측은 지난 5월 잠수함에서 발사돼 물위로 솟구쳐 오르는 탄도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으로 의심받는 인공위성 발사를 또 준비하고 있는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남북 양측의 최고지도자들은 공히 발사 현장을 참관함으로써 정권 차원에서 미사일 경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일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 ‘현무-2B’를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2012년 10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한국이 보유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300㎞에서 ‘최대 800㎞’로 연장되면서 이런 미사일의 개발이 가능했다.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라 한국은 탄두중량 1t인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500㎞까지, 탄두중량이 500㎏인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800㎞까지 가질 수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탐지·추적·격파하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충남 태안의 무기개발시험장을 방문해 “북한이 감히 도발해 올 수 없도록 실질적인 억제 역량을 구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4일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부대인 인민군 전략군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의 시험발사는) 미국의 미사일 기술로 벌인 꼭두각시놀음”이라며 “외세의 총칼로 동족을 겨누고 달려드는 반역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또 이날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8일 동해에서 실시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새로운 영상을 내보냈다. 미국에서 제기된 영상조작 의혹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남측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맞불을 놓으려는 행동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달 3일 국가우주개발국의 새 위성 관제종합지휘소를 시찰하며 우주개발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인공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어 <교도통신>은 18일 김 제1비서가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올해 10월 10일에 맞춰 인공위성 발사 준비를 지시했다고 보도했고, 백창호 국가우주개발국 과학연구개발부 부국장은 28일 <APTV>와의 인터뷰에서 신형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로켓 기술은 탄도미사일 기술과 관련이 깊어 이 역시 미사일 경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남북의 이같은 미사일 경쟁을 ‘공포의 거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상대가 SLBM 같이 새롭고 강력한 것 같지만 실제 위력은 정확히 알 수 없는 무기를 들고 나왔을 때, 정확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그 위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형국을 의미한다.
 
김 편집장은 “미국이 ‘SLBM 사출시험은 사기극’이라고 무시했듯 박 대통령도 북한의 보여주는 공포에 말려들지 말고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며 “그러나 김정은 제1비서가 그랬듯 미사일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함으로써 북한이 뿌린 공포 이미지를 적극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고, 그로써 ‘공포의 거래’가 성립됐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3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사거리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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