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케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강한 햇볕에 소중한 피부가 상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피부관리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기다. 예뻐지고 싶은 건 여자의 본능이라고 했던가. 요즘엔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꽃 보다 아름다운 남자 이민호’, ‘별에서 온 김수현’에 자극 받은 남성들이 미용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남자들도 외모를 가꾸는 맨즈 그루밍 시대가 됐다. 인터넷에서는 얼짱들 사진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투표를 벌이는 대형 포털 사이트도 등장했다. 미(美)에 대한 욕망은 남녀노소 세계 어느 곳에서든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역사적으로 ‘동양의 클레오파트라’로 불리는 당나라의 양귀비(楊貴妃)를 비롯해 춘추전국시대의 서시(西施), 한나라의 왕소군(王昭君), 삼국시대의 초선(貂蟬) 등 미인이 유명한 국가다. 최근엔 판빙빙(范氷氷) 스타일이 여성들의 로망이 되고, 중국 남성들은 화장품 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워지고 싶은 중국인들의 열망이 중국 뷰티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중국은 현재 우리나라의 20~30년 전과 비슷해 뷰티산업의 초창기라 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뷰티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산업연구망의 ‘중국 화장품 시장 전망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뷰티산업은 향후 5~10년간 15%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 2018년에는 2668억 위안 규모로 글로벌 1위 시장의 지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9년만해도 중국 화장품 시장은 외국 화장품 업체들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으나 최근에는 중국 로컬 기업들에게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시장점유율 2,3위 기업인 시세이도, P&G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바이차오지(佰草集), 즈란탕(自然堂) 등 로컬 브랜드는 해외 브랜드와의 차별화 전략을 표방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차오지 등의 토종 브랜드를 양산해 중국 로컬 화장품 업체 중 주도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는 상해가화연합주식회사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5월19~21일 열린 2015 상해미용박람회에서 상해가화의 중국 최초 남성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인 Gf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상해가화)
◇중국 최대 본토 화장품 기업
115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상해가화는 중국 1위의 화장품 기업이자 중국 최초로 상장된 시가총액 300억 위안 규모의 화장품 대기업이다. 1898년에 국유기업으로 설립되었으나 2011년 평안신탁에서 지분을 인수하며 민영화됐다. 평안신탁이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28년간 상해가화의 성장을 이끈 거원야오 회장이 2013년 9월 물러나고 셰원젠 신임 CEO가 취임하는 과정에서 내부갈등을 겪으며 지난해 상반기 시가총액이 40%이상 감소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중국 시장 점유율 5위 진입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성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상해가화는 여성 화장품 브랜드인 HERBORIST, Soft Sense, maxam, Dr.Yu, VIVE, 남성 화장품 브랜드인 Gf, 생활용품 브랜드인 Liu Shen, HomeAegics, 영유아 화장품 브랜드인 Giving 등 2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포트폴리오가 가장 완비된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2014년 매출은 전년대비 19.4% 성장한 53.4억 위안,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11.2억 위안으로 영업이익률은 21.1%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연평균 14.6%, 29.4%로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1분기 매출액도 15.9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18.5% 증가하며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개별 브랜드 별로는 HERBORIST가 4%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하며 백화점 Top 20위 기업 중 유일한 중국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Liu Shen은 9%, maxam은 10%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Gf는 1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남자로션 부문 시장점유율이 5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특히 2013년 하반기에 출시해 육성 중인 영유아 브랜드 Giving은 30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연간 실적도 뚜렷한 성장세가 전망된다. 매출액은 63.97억 위안, 영업이익은 14.70억 위안으로 예상된다.
◇브랜드 다각화로 안정적 성장
지금 중국은 경기둔화의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인당 GDP의 향상에 따른 가처분 소득 증가, 도시화의 진행으로 자동차, 음식료, 화장품 등의 소비재에 대한 전망은 밝다. 이것이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상해가화는 중국 내수시장 성장의 대표적인 수혜업체로 꼽힌다. 아직은 로컬업체들이 기술력, 마케팅, 브랜드 파워 측면에서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상해가화가 중국 로컬 화장품 시장을 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해가화는 메인 브랜드뿐 아니라 남성용 화장품, 영유아 화장품과 같은 특수 분야에서 높은 성장률을 확보하는 등 브랜드 다각화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중국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기대요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로컬업체들의 저가 화장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며 온라인 화장품 매출이 매년 약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의 한방 화장품 시장도 연평균 10~20%의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어 중국인들의 로컬 브랜드 러브콜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상해가화의 주가는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 2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대비 주가가 40% 이상 올랐지만, 2009~2013년 중국증시의 호황과 고성장 화장품 비중 확대를 통한 실적강세 속에 40~50배의 높은 PER을 구가했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여전히 역사적인 저점 수준이다. 여기다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고, 주력 화장품 브랜드의 안정적인 성장과 지속적인 신규브랜드 성장에 힘입은 실적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국 기업 중 높은 편인 매출의 3% 가량을 매년 R&D에 투자하고 있고,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는 점 역시 상해가화의 비상을 꿈꾸게 만든다.
김선영 기자 ksycut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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