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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 면세점 경쟁률 최소 7대 1
유진·하나투어·파라다이스 등 앞다퉈 도전장
2015-06-01 06:00:00 2015-06-01 06:00:00
시내 면세점 유치를 두고 재벌 2·3세간 혈연도 넘어서는 타사와의 합종연횡에 이은 또하나의 볼거리로 중소·중견기업간 전쟁이 주목받고 있다. 단 한장만 배정된 중소·중견기업의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예상보다 많은 업체들이 몰리면서 경쟁률만 7대 1을 기록했다. 대기업의 3.5대 1보다 두배 높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도전 의사를 밝힌 중견·중소기업은 유진기업과 하나투어, 그랜드관광호텔, 파라다이스그룹, 한국패션협회, 하이브랜드, 중원면세점 등 7곳에 달한다.
 
이 처럼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시내면세점 사업이 말 그대로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 많은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면세점 문만 열 수 있다면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내수가 불황을 겪고 있지만 유독 면세점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은 이미 검증된 돈되는 사업"이라며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시내면세점 유치전에 뛰어든 것도 회사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블루칩으로 면세점을 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소·중견기업의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은 명품브랜드 등과의 협상력, 재고관리 등의 운영능력이 사업권 획득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서울에 3개 매장을 둔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6315억원이었고, 신라면세점은 1조15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소·중견 규모의 동화면세점은 지난 2013년 보다 50% 가량 신장한 29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증권업계는 서울 시내면세점 1곳에서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을 700억~10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여기에 공항면세점과 달리 높은 임차료 걱정이 없어 들이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또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최근 참존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고도 임차보증금을 내지 못해 최종 탈락한 바 있듯 공항면세점은 임차료 부담이 높아 실제 높은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에 뛰어든 중소·중견기업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우며 낙찰을 자신하고 있다.
 
일찌감치 출사표를 낸 유진기업이 가장 적극적이다. MBC와 손잡고 여의도 MBC 사옥을 후보지로 입찰에 참여한 유진기업은 최근 면세점 사업을 전담할 별도법인 유진디에프앤씨(EUGENE DF&C)를 설립했다. 유진기업은 과거 롯데에 매각한 전자제품 유통업체 하이마트 운영경험을 살려 다시 한번 유통업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방송국 사옥에 있던 기존 방송설비와 스튜디오 등을 활용해 한류열풍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인천·김포공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유진기업이 지난 19일 한국관광명품협회와 면세점 내 매장설치와 제품개발·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주병남 한국관광명품협회 이사, 유병록 이사, 임부원 이사, 김명효 회장, 오영석 유진기업 전무, 방영석 팀장, 국문일 팀장, 이상규 팀장. (사진제공=유진기업)
 
하나투어는 토니모리, 로만손 등 11개 업체와 함께 면세점 사업 합작법인 에스엠면세점을 설립하고 인사동 본사를 후보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본사 면세점 후보지 바로 앞에는 하나투어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센터마크호텔이 있어 중국인 관광객 접객이 유리하다. 또 여행 사업의 노하우와 올 초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확보했다는 점 또한 이점으로 꼽힌다.
 
2009년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한바 있는 파라다이스그룹은 SK건설 명동빌딩을 후보지로 5년만에 면세점 사업을 재추진한다. 과거 면세점 운영 경험이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지만, 반대로 면세점 매각 경험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구시내 면세점 운영사업자인 그랜드관광호텔과 한국패션협회, 중원면세점은 각각 동대문을 후보지로 내세워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한다. 하이브랜드는 양재동에 위치한 쇼핑몰을 면세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아직 공식적으로 참여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참존, 삼우 등도 면세점 입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중소·중견기업 시내면세점의 경우 상품을 직접 구입해 판매해야 하는 면세점 특성상 재고관리 등 운영능력이 사업권 획득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초기 대규모 투자와 명품브랜드 등과의 협상력, 주변 대기업 면세점들과의 영업 경쟁 또한 면세점 운영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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