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주택거래 늘어도 가격 오르지 않는 이유
2015-05-31 11:00:00 2015-05-31 11:16:01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올 들어 주택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4월 한 달 동안 아파트 거래량이 주택시장 최고 호황기였던 2006년 4월 1만1733가구 보다 많은 1만3849가구가 거래됐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택시장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주택구입 수요자들도 주택구입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단 가시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는 아직도 비판적이다.
 
전문가들은 왜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것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가격상승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해 본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주택의 거래량이 증가하면 가격이 함께 상승했는데 이번에는 거래량만 늘었지 가격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놓고 볼 때 다시 고려해 봐야 한다. 현재의 주택시장은 과거의 주택가격 상승 시장과는 매우 다른데 이들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주택가격이 과거와 같이 상승할 것이라는, 아니 반드시 상승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는 과거 일본 대도시 지역의 토지시장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들의 생각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일본 대도시 지역의 토지가격과 거래량 변화의 특성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가 있다. 첫째, 토지가격이 급등했던 버블붕괴 직전에 해당하는 1988년부터 1991년에는 오히려 거래건수가 크게 감소했다. 둘째, 토지가격의 하락이 지속됐던 1992년 이후에는 토지거래 건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후에 꾸준히 증가했고, 이후 그 거래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셋째, 토지가격이 상승회복을 시작한 2004년 이후에는 가격이 상승하면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면 거래량이 감소하는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일본의 토지시장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시장상황에 따라서 각각 가격과 거래량의 변화에 차이를 보였다. 바로 여기서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근거에 오류를 찾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택시장을 상승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주택의 거래량이 늘어나면 반드시 가격이 상승해야하는데 가격은 상승하지 않으니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데 이것을 현 정부의 정책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만약 현재의 주택시장이 가격 상승국면의 시장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이상할 것이 없으며, 현 정부의 정책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결국 주택시장의 상승회복이라는 이들의 잘못된 굳은 신념이 모든 책임을 정부의 정책으로 돌리고 있으며, 나아가 시장에 “주택가격은 이제 반드시 상승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부여함으로써 시장의 정상적인 거래에도 큰 혼란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주택시장은 과거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과거의 시장과는 매우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만을 근거로 현 시장을 판단하거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다.
 
이제 한국의 주택시장은 과거와는 다른 다양한 시장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현재의 시장상황도 어쩌면 과거와는 다른 것 일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보다 유연한 자세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편협한 과거의 경험에 너무 집착해 경솔하게 시장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보다 냉철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에게는 말에 대한 책임이 반드시 뒤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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