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다. 좋지 않다는 말로 모자랄 만큼 좋지 않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이야기다. 4·29재보선 패배 이후 한 달이 가까워지는 동안 풀리는 일이 없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다른 문제가 터지고 또 다른 사안이 터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실은 지난 주에 갈등을 해결은 못해도 봉합이라도 했어야 됐다. 광주의 5·18 35주기와 경남 김해의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를 계기로 억지 웃음이라도 지으며 손을 맞잡는 이벤트라도 띄웠어야 했다. 하지만 두 행사를 계기로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안 되는 집안은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제삿날에 만나도 멱살잡이한다더니 새정치민주연합이 딱 그 꼴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할 말은 했다” “아니다 그래도 문상 온 손님이나 다름없는데 실례다”는 논란은 차라리 배부른 고민이다.
그나마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위원장직을 수락했기 망정이지, 혁신위원회 구상도 계속 표류했으면 더 큰 일 날 뻔했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의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위원회가 생겼고 대선주자들로 구성된 ‘희망스크럼’을 더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물음표를 뗄 수 가 없다.
당헌당규상 최고 권한을 갖고 있는 최고위원회의는 이미 식물상태나 다름없다. ‘전권’을 부여받았다는 혁신위원회의 위상과 책무는 아직까진 모호하다. 희망스크럼에는, 문재인 대표를 제외하곤 당내에 유의미한 지분이나 기반을 가진 인사들이 없다. 권한과 위상, 기대가 모두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깨에 짐을 더 짊어져야 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이종걸 원내대표다. 이 원내대표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라는 후광에, 신언서판을 갖춘 수도권 4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인상 깊은 모습을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원내대표에 당선 된 이후는 꽤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혁신위원장으로 ‘광주 출신 진보인사’인 ‘김상곤 카드’를 꺼내든 데선 정치력도 엿보인다. 매조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공무원연금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여당과 내실 있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원내대표는 ‘비노’로 분류되는 인사다. 하지만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함께 가장 먼저 노무현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현역 의원이라는 이력으로 ‘원조 친노’로 꼽히기도 한다. 정치적 성향도 진보 쪽이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당내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조건을 여러모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따져보면 청와대가 야당 이겨먹는 건 잘하는지 몰라도 외교안보든, 경제든, 복지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안정감을 구현하고 50대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개혁적 이미지를 구현하며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여권 전체의 지지율이 탄탄한 것이다.
야당도 그런 역할분담 시스템을,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묘수는 없다. 당대표가 대표 노릇 잘 하고 원내대표가 역할을 잘 하면 된다.
물론 이 원내대표는 시작부터 첩첩산중 속이다. 당 안 사정도 어려운데 당장 고등학교 동기 동창인 황교안 청문회도 진두지휘해야한다. 그런데 공안검사 출신인 황 후보자의 ‘강경 보수’적 면모만 집중 공략할 경우 다시 ‘박근혜 심판론’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짚어두고 싶다. 이념적 갈등이 심각해 보이는 것, 국회가 정쟁의 공간이 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바라는 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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