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한국소설 위기론, 어떻게 풀 것인가
2015-05-21 06:00:00 2015-06-11 11:33:24
요즘 한국소설의 위기론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5월 20일 기준 교보문고의 소설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20위 안에는 한국소설이 6종에 불과했다. 판매량 최상위권 소설의 30% 수준이다. 범위를 조금 넓혀보자.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올라 있는 소설은 총 3종인데, 영미소설 2종과 일본소설 1종이 전부다. 한국소설은 전멸이다.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교보문고의 연간 소설 베스트셀러 상위권(20위) 가운데 한국소설은 2010년에 10종으로 절반을 차지했으나, 2013년 7종, 2014년 4종으로 시간이 갈수록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출판시장에서 소설 전체의 비중이나 판매량에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소설의 위상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추락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2006~2007년에도 한국소설의 위기론이 거셌다. 2007년의 경우 연간 소설 판매량 순위 100위권 내 한국소설은 26종인 반면 영미소설과 기타 언어권 소설은 35종, 일본소설은 무려 39종이나 되었다. 기성세대는 소설시장을 평정한 일본소설의 약진을 내심 불편해했다. 예나 이제나 장기적인 근본 대책 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우울한 위기론이 되풀이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문학진흥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는데, 한국문학번역원의 소관법 이전이나 국립문학관 신설은 명기하면서 한국문학 진흥의 텃밭을 일구는 문학 수요 진작책은 그다지 고려되지 않은 듯하다.
 
한국소설의 위기는 번역출판된 외국소설에 대한 상대적인 열위성뿐 아니라 참신한 신예 작가를 길러내지 못 하고 해외 시장 개척조차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핵심 문제는 젊은이들에게 읽히는 재미난 소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지 못 하는 문학판 내부의 자생력에서 찾아야겠지만, 그것과 생태계를 함께하는 출판산업의 지지대 역할이 미흡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미디어를 포함해 다양한 출판 플랫폼의 역할 제고 없이 한국소설 작가와 작품, 독자의 확대 재생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문학 위기론이 드높던 2007년 일본 출판시장에서는 연간 소설 베스트셀러 30위권 안에 외국소설이 전혀 없는 기록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된 원동력의 일단은 일본 출판계의 시장 개발 노력에 있다. 독자들이 읽을 만한 최고의 일본문학 작품을 전국 서점인들이 직접 뽑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작된 ‘서점대상’(2003년 제정)은 어떤 문학상보다도 대중적인 권위와 아울러 최소 수십만 부 이상의 판매력을 증명해 왔다. 출판사 쇼각칸이 제정한 ‘12세 문학상’은 초등학생 전용 문학상으로 소설 꿈나무들을 발굴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스로가 심사를 맡은 ‘오에 겐자부로상’의 수상작은 영어로 번역해 출판한다. 이외에도 ‘청춘문학대상’ ‘러브스토리대상’이나 열렬한 독자들이 찾는 미스터리소설 선정 제도 등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한다. 최고 문학상이라는 아쿠다가와상이나 나오키상 수상자로 10대가 뽑히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학출판 규모는 전업 소설가 숫자의 엄청난 차이로도 나타나 문학과 출판의 재생산 구조를 규정한다. 출판 관련 업계만이 아닐 것이다. 학교와 언론을 포함한 사회 각 부문의 창발적인 노력 여하에 따라 한국문학의 미래 기상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문학은 문학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백원근 출판평론가, 한국출판학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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