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뽀로로네 집도 전세야?"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절친한 후배의 6살 딸아이가 만화영화 뽀로로를 보던 중 한 말이란다.
후배 부부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 6000만원 인상 통보를 받고 한숨이 잦아졌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둘이 마주앉아 아이가 있을 때도 심각한 대화를 자주 했을 성 싶다. 그러니 전세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애가 부모의 걱정거리를 맘속에 담아뒀다가 TV 속 뽀로로네 집이 순간 궁금했던 게다. 후배가 술자리에서 웃자고 한 말이지만, 하나도 재미 없었다. 마음 아팠다.
그는 이참에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벼랑 끝에서 별수 없어 내린 결정이다. 고정금리로 30년 상환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럼 70살이 돼서야 겨우 '은행집'이 '내집'이 되는 셈이다. 늘그막까지 매월 100만 원 정도를 꼬박 갚아야하니 서글퍼 질 수밖에. 대한민국 수많은 젊은 부부들이 겪는 고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이들의 집에 대한 생각이 좀 변하는가 싶었다. 집은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주거의 개념이라나.
그런데 올 들어 집을 사려는 젊은이들이 많아 졌다. 어떤 단지는 30대 청약자가 30%를 넘었다. 국토교통부가 신혼부부 2677명을 대상으로 '주거실태 조사'를 했는데 84.7%, 십중팔구는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 했다. 일반가구 79.1%보다 높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34만7000여 가구다. 아파트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던 2002년 32만5000여 가구 보다 많은 역대 최대치다. 이달 한 달 만 5만9827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이 많은 물량이 다 소진될까 싶지만 건설사들이 내놨다하면 삽시간에 완판 벨이 울린다.
이렇게 10여년 만에 선 큰 장에 사람들이 몰리며 집은 다시 소유의 개념이 된듯하다. 문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내 후배처럼 등 떠밀려 장을 보러 나왔다는 것이다.서울 기준 4월 평균 전셋값은 작년과 비교해 3000만원이 오른 3억5313만원을 기록했다. 역시 역대 최고치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시작 이후 4월 아파트 거래량 중 최고치인 1만2269건 이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전셋값이 미쳐 날뛰니 견디다 못한 세입자들이 덜컥 집을 사버리면서 써진 기록일 테다. 이해 못할 전셋값에, 월세 떠돌이가 싫은 젊은이들이 시쳇말로 '더럽고 치사해' 은행 빚으로 만든 시장이다. 국민들이 어쩔수 없이 부양시킨 매매 시장이 '활황'이라며 기뻐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박관종 뉴스토마토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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