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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CEO "경쟁사 이렇게 잘하는데"..임직원 독려
윤종규 KB금융 회장 "신한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 "신한지주 복합점포 벤치마킹"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 "농협 움직임 보고 정신 차리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외환銀 이대로면 부산銀에 역전"
이광구 우리은행장 "웰스파고 질적 최고 은행 보유했다"
2015-02-11 17:59:18 2015-02-11 17:59:18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권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국내 '리딩뱅크(선도 은행)' 자리를 놓고 어깨를 겨루고 있는 경쟁사 사례를 들면서 본점과 영업 일선의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에는 경쟁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비교 우위에 놓는 것을 꺼려했지만 최근에는 거칠 것이 없는 분위기다. 금융사별 올해 현안을 강조하는데도 이만큼 직접적인 효과도 없다는 평가다.
 
CEO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곳은 신한지주(055550)다.
 
먼저 지난해 KB금융(105560) 내분사태 수습의 구원투수로 취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임직원들에게 "한때 국민은행의 절반 수준이던 신한은행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며 "리딩뱅크를 탈환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자산 규모나 실적 면에서 KB를 앞서 있는 곳은 신한 뿐이다. 한때 리딩뱅크였던 국민은행은 지난해 금융사고와 경영진 내분사태가 잇따르며 위상이 추락했다.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하며 국내 최대 은행으로 다시 출발한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172조원으로 전무후무한 자산 규모였다.
 
자산 기준으로 2013년까지는 1위를 지켰지만 지난해 말 기준(275조원)으로 신한은행(279조원)에 선두를 내줬다. 순이익도 지난해 연간 9047억원에 그쳐 업계 1위인 신한은행(1조4550억원)의 70%에 불과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주택은행 합병 후 KB는 굴지의 리딩뱅크였지만 신한지주가 LG카드, 조흥은행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규모나 수익면에서 뒤쳐졌다"며 "외환은행이나 ING생명 인수 무산의 흑역사를 갖고 있는 KB도 M&A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자산운용 전략을 밝히면서 "신한지주의 은행+증권 복합점포인 PWM센터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임 회장은 올해 신성장 동력으로 자산운용의 역량 강화를 꼽았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증권업계 우량매물인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면에서 금융지주 빅4로 뛰어올랐다. 올해 증권사 인수 시너지를 극대화 하기 위해 신복합점포를 전국 주요도시에 최대 10호점까지 신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그간 들인 비용에 비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PB센터를 점차 통폐합하고 신복합점포 설립에 공을 들인다"며 "서울에 포진한 우투증권 점포를 활용하면 대도시 점포가 부족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벌 금융사들의 반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도 "CEO라면 1등 자리를 욕심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화답하면서도 "경쟁사들이 크니까 좀 더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신한지주의 경쟁력을 고민하는 데 있어 농협금융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았다.
 
한 회장은 "농협금융은 전문성을 갖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영입해 자산운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농협금융의 움직임을 보고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피력했다.
 
이 같이 덕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분위기와 달리 위기감을 토로하는 CEO도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최근 "외환은행이 규모에 비해 이익이 안 나오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부산은행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이 6대 시중은행에 드는 외환은행과 지방은행을 비교한 배경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지연에 있다.
 
지난 4일 법원이 두 은행의 조기통합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그 배경으로 외환은행 실적은 합병을 서둘러야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판단한 데 반박하는 것이다.
 
지난해 금융권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의 연간 실적은 전년 수준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외환은행은 순익이 18%나 급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밝힌 것과 같이 새로 꾸려진 조기통합 전담 임원들이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임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경우 취임식을 비롯해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서 "웰스파고는 규모는 최고가 아니지만 질적으로 최고의 은행을 보유했다"며 해외은행 사례를 재차 들었다.
 
웰스파고는 최근 우리은행(000030)의 상황과 많이 닮아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앞두고 지난해 우투증권 농협금융에 매각하고 지주사 체제에서 은행체제로 전환했다. 다른 금융지주사와는 달리 은행과 카드사만으로 영업 전쟁을 벌여야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웰스파고도 은행 자산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교차판매 등을 통해 비이자 수익을 주로 내고 있다"며 "증권사가 없는 우리은행으로서도 삼성증권 등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복합점포 전략에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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