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육아는 전쟁이 아니라 디테일이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서천석 지음 | 창비 펴냄
2014-12-24 08:36:00 2014-12-24 08:36:04
 
아이를 키우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곧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을 냈던 나 자신에 실망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또 부모다.
 
아이를 보면 사랑스럽다가도 짜증을 내면 곧바로 밀려오는 자책, 이런 악순환 속에서 마치 육아를 전쟁처럼 하고 있는 부모에게 현실적이고 따스한 격려를 주는 책이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내가 좋은 부모인지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저자는 무엇보다 내 자신과 아이의 수준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못난 부분이 있어도 괜찮다. 부족한 것을 인정하자. 그렇지만 더 잘해 보려는 마음을 가질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잘해 보려는 마음을 갖는 것도 버겁다면 조금 뒤로 미뤄도 괜찮다. 우선 나를 지켜야 더 오래 나와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
 
전부 밑줄 긋고 싶은 말 투성이다. 그만큼 곁에 두고 육아를 하는 내 자신이 나태해질 때마다 들춰보고 싶은 책이다.
 
육아의 기술과 디테일까지도 세심하게 기록한 책, 하지만 육아는 곧 실천이라는 것을 느낀다.
 
▶전문성 : 육아에 대한 딱딱한 지침이 아닌, 소아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만난 부모와 아이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갈등과 위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대중성 : 과거 대가족 체제에서 아이가 저절로 자라는 상황이 아닌, 현대 핵가족 시대에 오롯이 부모의 힘만으로 아이를 길러내는 상황에서 이 시대의 부모가 느끼는 피로와 압박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참신성 : 저자가 트위터에 남긴 글을 바탕으로 만든 책. 그렇지 않아도 버거운 육아에 책 읽는 부담까지 얹어 주고 싶진 않았다고 말하는 저자의 짧은 글들은, 비록 길진 않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요약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첫째,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에서 저자는 다른 사람의 시선, 육아를 잘해야하만 한다는 강박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행복한 육아를 위한 첫번째 조건은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슨하게 푸는 것이란 설명이다. 준비된 부모는 허상이고 부모가 되었기에 이제 막 성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조금씩 변하려는 마음만 꾸준히 가져가라고 강조한다. 아이에게 미치는 부모의 영향은 생각보다 강하다. 저자는 아이에게 하는 말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말보다는 부모의 태도와 행동, 자신에 대한 반응, 정서와 표정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아이가 좋아하는 부모가 되는 것도 당연지사다.
 
좋은 육아는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며,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어야 사람은 꾸준히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금 더 기다려주는 마음이, 이 시대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이라고 보는 저자는 여유를 갖고 육아에 참여하라면서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아이를 깊게, 정확히 보라고 말한다.
 
'육아는 디테일 속에 있다'에서는 육아의 디테일한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를 교육할때 먼저 아이의 행동을 묘사하고, 아이의 의도를 읽어준 다음, 행동을 분명히 제한하고, 그런 다음 대안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격려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공감 육아'를 소개한다.
 
또, 아이를 교육함에 있어 기본적인 교육은 부모가 하지만, 마지막 판단은 아이에게 맡기라고 조언한다.
 
여기서는 아이가 자라면서 하는 질문들에 대해 대답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도 팁을 얻을 수 있다.
  
'갈등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서는 떼쓰는 아이, 힘들어하는 아이,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아이 등 갈등과 시련을 겪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상처도 때로는 힘이 된다는 사실, 적어도 아이게 상처받을 자유, 스스로 고통을 감수하고 삶을 배울 자유를 조금은 주려는 노력이 부모의 몫이라는 것이다.
 
'흔들리는 부모의 마음'에서는 사춘기, 청소년기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무엇보다 아이는 내가 아니며, 나의 일부도 아니고, 나의 분신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의 삶을 위한 교육'에서는 유아, 초등, 중등, 고등학교 시기에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한다.
 
  
책 속 밑줄 긋기
 
"아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부모들이 많아요. 하지만 아이들이란 원래 그렇습니다."
 
"조급한 마음이 화를 만들어요. 천천히, 꾸준히 가르칠 수 있다 생각하면 화가 덜 납니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긍정적인 동기가 있습니다. 뒤로 걸을 때보다 앞으로 걸을 때가 빠릅니다. 긍정적인 동기부터 읽어 줄 때 앞을 향해 걷는 아이로 자라납니다."
 
"자식을 위해 살지 마세요. 자식과 함께 사는 겁니다. 아이를 위해 당신을 잊어버리면 분명 후회하는 순간이 옵니다."
 
"지켜보는 것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을 두고 아이를 깊게, 정확히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일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자주 물어야 해요. '내가 뭘 하고 있지? 난 어떻게 살고 싶었지? 내게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어디에 써야할까?'"
 
"사랑은 한계가 있어요. 아이에게만 다 줄 수도 없고, 아이가 바라는 것을 다 채워 줄 수도 없어요."
 
"먼저 아이가 받고 싶어하는 것을 주세요. 그게 우선입니다. 내가 주고 싶은 게 먼저가 아닙니다."
 
"힘든 순간일 수록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걸 생각하세요."
 
"무거운 짐을 억지로 들려 하면 허리를 다치고 맙니다. 꼭 해결해야 할 마음의 짐이라 하더라도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작정 덤벼들기보다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기 전에 허리와 다리 힘을 키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란 말만 반복하면서 지금 이 순간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계속 미루고 있지 않나요?"
 
"두 얼굴의 부모는 좋습니다. 오늘 아이에게 찡그리고 화냈더라도 내일 아침엔 밝게 웃어주세요."
 
"받아들이기 힘든데 받아들여야 하니 정답을 말할 때 더 조심해야 합니다"
 
"예의란 성숙의 결과일 뿐, 호통치며 가르치고, 겁을 내며 배워야 할 덕목은 아닙니다."
 
"놀이도 그 순간의 아이에 맞춰 움직이는 겁니다. 아이가 즐거우면 같이 즐겁게, 뭔가에 집중하면 같이 집중하고, 심드렁해하면 같이 심드러해지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 때는 조급해하지 말고 같이 뒹구세요. 그러다 뭘 갖고 와서 하자고 하면 같이 하는 겁니다. 자주 아이 눈을 보세요. 그리고 눈빛이 마주치면 살짝 웃어 주세요."
 
"장소보다 함께 논다는 것, 그리고 놀이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부모에게는 권위가 필요합니다.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아이의 사소한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해요."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뭐든 해도 괜찮다는 것은 아닙니다. 씨앗을 기름진 밭에 뿌린 다음 자라길 믿어야지. 가시덤불에 던지고 자라길 믿는다면 제대로 된 농부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육아가 어렵습니다. 나보다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니까요. 아이를 사랑하기에 부모는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때 잘못은 분명히 지적해줘야겠죠. 그렇지만 부모가 네 편이라는 것도 꼭 말해줘야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부작용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칭찬보다 격려를 권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수없이 용서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더 많이 용서하는 쪽은 아이들이에요."
 
"버티면 넘어가고, 버티면 나아지는 것이 육아입니다."
 
"사랑이란, 화를 참는 마음이 아닙니다. 상대가 먼저 걱정되기에, 화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할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부모들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합니다. 중략 꽃이 최선을 다해 피나요? 꽃은 그냥 핍니다.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자.' 다짐하며 피는 꽃은 없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게 자신을 꽃피우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가 아닌 내 아이를 보세요. 다른 부모의 행동이 아니라 내 행동을 보고요. 우리 아이가 날 좋아하고 꾸준히 자라고 있는지, 내가 내 행동에 만족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EBS 부모 아이 발달> EBS 부모 제작팀 ㅣ 경향미디어 펴냄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신규진 지음 ㅣ 아름다운 사람들
<엄마 수업> 법륜 지음 ㅣ 휴 펴냄
<프랑스 아이처럼> 파멜라드러커맨 지음 ㅣ북하이브 펴냄
<엄마가 행복한 육아> 김수연 지음 ㅣ 지식채널 펴냄
  
박남숙 정치사회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