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홍수' 시대다. 때문에 국책 연구소를 비롯해 민간 연구소에서 양질의 보고서를 생산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묻히는 경우가 많다. 금융시장을 파악하는 데 도움되고 아깝게 놓치는 리포트를 선정해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은행업의 저성장, 저수익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손비용 감소와 비이자이익 개선 요인 등에 따라 2014년 국내 은행의 수익성(ROA와 ROE)는 지난해보다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94%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은행의 총자산 성장률 또한 평균적으로 5% 이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 환경 측면에서 이러한 상황은 내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전상욱 전략연구실장은 '2015년 경영환경 변화와 국내 은행업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은행업황과 경영키워드를 전망하고 있다.
◇저성장 저수익 상황 지속..규제 변화 본격화
은행의 성장과 손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적정 수준의 시장금리와 경제성장이라라고 볼 때 저성장, 저수익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7%로 올해 추정 실질 GDP 성장률 3.5%보다는 다소 높아지지만 2016년 이후에는 다시 하향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국고채 3년물 기준 시장금리는 올해 4분기의 2.15%를 저점으로 2015년에는 완만하게 상승하겠지만 그 속도와 상승폭은 은행업이 저수익 국면을 벗어나기에는 부족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5년 국내 은행업의 평균적인 자산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2015년 명목경제성장률인 5%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NIM의 개선 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은 장기적으로 은행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규제와 경쟁환경의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선 바젤3에서 새롭게 도입된 단기유동성비율(LCR)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2015년 60%를 시작으로 2019년 100%까지 단계적으로 규제비율이 강화될 예정이다.
단기유동성비율 규제의 시행은 소매예금 유치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국공채, 우량회사채 등에 대한 자금운용을 증가시켜 영업비용 증대와 운용수익률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핀케트 가운대 하나인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
◇복합점포, 계좌이동제, 핀테크..2015년 키워드
은행업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쟁환경의 변화가 도래한다.
먼저 2015년에는 금융소비자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용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업권의 직원들이 하나의 장소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복합금융점포가 허용된다
복합금융점포 허용으로 은행 중심 금융그룹들도 국내외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과의 전략적 제휴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금융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도입될 예정인 계좌이동제도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경영환경 변화요인이다.
금리면에서는 은행 간에 큰 차이가 없는 저원가성 예금 유치 경쟁이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비가격 경쟁 비용 증대와 특판예금 판매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 내년부터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인터넷뱅크 및 핀테크기업 육성 정책의 향방도 국내 은행업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경영환경의 변화다.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기업의 시장진입이 본격화될 경우 송금, 결제 서비스부터 예대 업무와 금융상품 판매 등 거의 모든 은행 업무영역에 침투해 은행업의 경쟁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9월 우리투자증권과의 최초 복합점포 '여의도증권타원지점'을 개설했다. 우리투자증권을 방문하는 일반 고객들도 농협은행을 통해 토탈 금융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게 됐다.
◇"경쟁환경탓 이제 그만"..차별화 전략 필요
이러한 경영환경 변화는 앞으로 상당기간 국내 은행업의 제약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공격적인 영업 등 단기적인 대응책만으로는 새로운 경영환경 하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전상욱 실장은 "국내 은행들은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비이자수익의 확대, 글로벌라이제이션, 고객관계관리 강화, 비용효율화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를 보인 은행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해외은행을 사례로 들며 '경쟁환경만을 탓할 수 있을까'라며 되묻는다.
웰스파고(Wells Fargo) 등 미국의 상업은행들은 우리보다도 낮은 경제성장률과 저금리 상황 하에서도 지속적인 자산성장과 3%대의 높은 NIM을 시현하고 있다.
UBS는 IB비즈니스를 축소하고 자산관리(WM) 비즈니스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고 우리나라 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말레이시아의 May Bank조차도 성공적인 글로벌라이제이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 실장은 "결국 동일한 경영환경 변화에서도 개별 은행 고유의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싱행할 수 있는 역량의 차이가 은행들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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