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여자가 엄마가 되려면
<엄마 수업> 법륜 지음 | 휴 펴냄
2014-12-12 08:04:47 2014-12-12 08:04:47
<엄마 수업>은 '시어머니 수업', '남편 수업'이라고 제목을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 더 나아가 '최고경영자(CEO) 수업', '대통령 수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모든 문제는 자식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첫 과제라는 주장이 이 책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의 주장을 변형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모든 문제는 며느리나 아내 탓이 아니라 내 탓, 직원 탓이 아니라 내 탓, 국민 탓이 아니라 대통령 탓이다. 내가 모범을 보이면 그들이 배울 것"이라고. 실제로 책은 "자신을 돌아보고 습관을 바꿀 수 있다면 자식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이때는 자식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식은 훌륭한 모델을 보고 따라 배울 테니까"라고 말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자신과 가정부터 돌본 뒤,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옛말도 떠올리게 하는 셈이다.
 
책을 모두 읽어보면 엄마가 되기 위한 '마음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여자가 아니라 엄마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0세부터 성인이 된 자식까지 나이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을 설명한다. 아이는 본 대로 물드는 존재이므로 여자가 아니라 엄마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은 "엄마가 될 사람은 누구보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세상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도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과 같이 맞춰 살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싶으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좋은 엄마를 만들기 위해선 엄마의 수행도 필요하지만, 남편과 시어머니 등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 "아빠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내에게 잘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거예요. 시어머니가 손자를 잘되게 하려면 며느리에게 잘 해줘서 간접적으로 손자가 잘되도록 하는 길이 있습니다." 또 아이가 어릴 때는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 사랑, 청소년기에는 지켜봐 주는 사랑이 필요하다. 아이가 성년이 됐을 때는 자식이 제 갈 길을 가도록 관여하지 않는 냉정한 사랑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가 자립해 잘 클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아빠가 된 터라 배울 만한 대목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고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었다. 그래서 육아 휴직 중인 젊은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했더니 "엄마는 아이를 3년간 무조건 직접 키워야 한다"는 이 책의 주장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출산휴가가 3개월이고, 육아휴직은 최대한 써봐야 1년이므로 '3년 엄마' 노릇을 하라는 건 일을 그만두라는 얘기라는 게 이 엄마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3년'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책을 덮었다고 한다. 실제로 스님은 책에서 "최소한 3년은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3년 육아 휴직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스님의 주장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따뜻한 모성 아래 자란 아이가 많아져야 사회도 따뜻해진다. 아이에게는 엄마 품에 안겨서 클 권리가 있으나, 엄마가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갓난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아이 처지에서 보면 엄마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을 권리를 빼앗긴 것과 같다는 얘기다. 돈으로 엄마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3년은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를 바꿔야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아이를 업고 직장에 나가든 어떻게든 아이를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스님은 강조한다.
 
애를 낳고 키우는 게 힘들어 나타나는 저출산 현상은 우리 사회에 닥친 현실적 문제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면 사회의 성장 동력이 줄어들어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된다고 스님은 진단한다. 두 명이 만나는 경우도 줄어들고 있지만, 둘이 겨우 만난 뒤에도 한 명조차 출산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그 선택 자체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이 책은 지난 2011년 10월에 출간돼 지난 4월 현재 76쇄나 찍었으나, 출산·육아 휴직 제도는 큰 변화가 없다. '엄마 수업'을 시작하기 위한 민·관의 제도 마련에도 수업이 필요한 것일까?
 
▶ 전문성 : "스님인 저는 부모가 아니어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게 오히려 간단하다." 법륜 스님은 책에 이렇게 썼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부모와 아이의 입장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대중성 : 세계 최하위권인 저출산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엄마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런 책의 대중적 가치는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참신성 : 마음 수행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참신한 주장은 아니다. 실천이 잘 안 되니까 문제다.
 
 
■요약
 
책 내용은 "어릴 때는 따뜻한 게 사랑이고, 사춘기 때는 지켜봐 주는 게 사랑이고, 스무 살이 넘으면 냉정하게 정을 끊어 주는 게 부모의 사랑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자식 사랑에도 때가 있으므로 적어도 세 살때까지는 엄마가 직접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자녀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지는 '마음 수행법'도 놓치지 않았다.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 아이는 본대로 배우므로. 그 아이는 사회의 미래다.
 
■책 속 밑줄 긋기
 
"'모든 문제는 자식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이 이치를 이해할 때 비로소 자식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무조건 위하는 사랑의 마음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아이의 마음이 되는데 이것이 '양심'이다. 그래서 인간의 심성 가운데 양심이 가장 먼저 생기는 겁니다. 엄마의 사랑을 그래도 받아 신뢰와 이타심이 형성되는 거예요."
 
"적어도 세 살 때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해요. 그래야 내 자식입니다. 나를 닮아야 내 자식이지 나를 안 닮으면 내 자식이라고 할 게 없잖아요."
  
"아이에게는 엄마 품에 안겨서 클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 엄마가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태어난 지 2, 3개월도 채 안 된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깁니다. 이것은 아이 입장에서 보면 엄마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을 자기 권리를 빼앗긴 것과 같아요. 돈으로 엄마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어요."
 
"갓난 아이에게 좋은 옷을 입혀 준다고 해서 그걸 아이가 아는 것도 아니에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개인의 아이지만 엄마가 아이를 잘 키우면 국가의 중요한 인재가 됩니다. 따라서 국가에서도 산모에게 3년 유급 휴가를 주는 것이 옳고, 그걸 못 해주면 임금의 절반을 주고 휴가를 주거나 1년만 유급 휴가를 주고 2년은 무급으로 하는 방법도 있어요. 어떻든 간에 우선 제도적으로 출산 휴가를 3년까지 줘야 합니다."
 
"겸손한 것이 당당한 것이지, 교만하고 잘난체하는 건 열등의식이 있어서예요. 사람들이 열등의식을 가리기 위해서 명품을 찾고 화장도 특별히 하는 거예요. 마음 안에 당당함이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라도 포장을 하는 거지요."
 
"자식이 다 컸는데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이 맘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누르는 것은 집착이에요."
 
"첫째, 정성을 기울여서 보살펴 주었을 때의 사랑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정성을 들여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 게 사랑이에요. 둘째, 사춘기의 아이들은 간섭하고 싶은 마음, 즉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면서 지켜봐 주는 게 사랑입니다. 셋째, 성년이 되면 부모가 자기 마음을 억제해서 자식이 제 갈 길을 가도록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삼는 냉정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교회에 가면 교회 얘기가 옳고, 절에 가면 절 얘기가 옳고, 일본에 가면 일본 사람 말이 옳고, 한국에 가면 한국 사람 말이 옳은 거예요. (중략) 견해라는 것이 다 자기 입장에서 갖는 생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이 아이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만약 이렇게 생각하면 부모가 자기 문제에 빠져 있는 겁니다. 아이를 정말 위하는 부모라면 '이런 아이가 있어도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아무 문제 없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남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해야 할 것을 기준으로 출발하면 됩니다."
 
"자기가 가진 실력이 100이면 세상 사람은 한 50쯤 아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인간관계를 오래 끌고 갈 수 있어요. 한 50쯤 되는 줄 알고 찾아왔는데, 같이 있어 보니 생각보다 실력이 낫거든요. 그러면 신뢰가 형성돼요."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은 없고, 자식을 자신의 욕망을 대신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아이는 닮는 존재예요. 부모가 이렇게 정신없이 살면 자식도 중심 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자기 자신은 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아이만 나무랍니다. 이제, 부모가 용기를 낼 때입니다."
 
"'가난하니까 무조건 안 된다' 하면 아이가 위축되고, '무조건 해준다' 하면 부도의 등이 휩니다. 이런 경우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의논해서, 아이의 요구도 충분히 들어보고 집안 형편도 공유하면서 선택을 해나가는 게 좋습니다."
 
"제가 남자들한테도 '착한 여자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착한 여자는 어릴 때부터 옆에서 '아이고, 착하다 착하다; 이렇게 들어왔기 때문에 자기가 잘못했다고는 상상도 못합니다."
 
"삶의 목표가 있어서, 재능이 있어서, 관심이 있어서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오직 돈 많이 버는 것이 최대의 목표입니다.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의사가 되니까 과잉 진료가 일어나고, 돈벌이 수단으로 고시 패스하니까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아이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적절한 수위로 아이를 위해서 야단을 쳐야 하는데, 자기 성질에 못 이겨 야단을 치는 게 문제예요. 이것은 매가 아니라 폭력이예요."
 
"남편을 나쁘게 보면 아내인 나도 별 볼일 없는 여자가 되고, 아들도 별 볼일 없어집니다."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세요. 여러분은 자기 삶을 살고 있습니까? 오늘부터 자기를 아름답게 가꿔 나가는 연습을 해보세요.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습관을 바꿀 수 있다면 자식에게 아주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자식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할 필요도 없어요. 자식들은 훌륭한 모델을 보고 그대로 따라 배울 테니까요."
 
■별점 ★★★★
 
■연관 책 추천
<스님의 주례사> 법륜 지음ㅣ 휴 펴냄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서천석 지음ㅣ 창비 펴냄
 
김동훈 문화체육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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