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해외직구' 얘기가 많이 나오죠. 이제는 주식도 '해외직투'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증시에만 투자하셨다고요? 전 세계에서 국내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 정도. 달리 말하면 전세계 98%의 투자기회를 놓치고 계신 건데요. 해외 직접투자도 국내 주식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정보가 없어 막막하시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 투자할만한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를 NH농협증권에서 쏙쏙 뽑아 제시합니다>
2014년 1월6일 한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놀랍게도 이 남자는 중국 국영 철도기업인 중국중철(China Railway Group)의 바이중런 총재였다. 어떤 이유로 이 남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을까?
가족들에 따르면 바이중런 총재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회사의 경영난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운영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가? 바로 아시아 최대의 종합건설사인 중국중철이 아닌가? 중국 대륙뿐만 아니라 해외 건설 시장에서도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중국중철의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예사롭지 않다. 흔히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어 그 내막을 알기가 매우 어렵다. 국내 투자자들도 많이 투자하는 회사 중국중철의 진면목을 한번 알아보자.
중국중철 (자료=중국중철)
중국중철은 중국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설사이다. 지난 2012년 엔지니어링 뉴스 기록에 따르면 전세계 225개 건설 회사 중 하나로 손꼽혔으며 포춘 500대 기업에 86위로 포함된 회사다.
중국 정부의 비호아래 각종 인프라 사업에 참여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중국중철은 철로를 건설할 때 철로의 기초 기반시설을 만드는 회사로 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
1970년부터 1975년 사이에 탄자니아와 잠비아 철도 사업인 타자라(Tazara)사업에서 무려 1860km의 철도를 건설하여 국제사회에 명함을 내밀었다.
지난 2007년 11월 중국중철은 상해A증시와 홍콩거래소에 상장했고 2009년 베네수엘라의 철도붐이 생겼을 때 8억 달러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471km 고속철 경험을 쌓게 된다. 또한 2010년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48억 달러 규모의 남수마트라 석탄운송철도 사업 운영권을 따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가격 및 기술경쟁력을 인정받았고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중국중철 주주리스트(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이토록 해외에서의 눈부신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내부에서의 확고한 사업 업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60년간 총 철도 건설 길이만 6만4328km를 비롯해 9000개의 교량건설, 4000개의 고속도로, 공항, 항만, 지하철, 고층건물, 기간 시설을 건설했다. 바야흐로 중국 건설의 역사를 새로 쓰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후아-시창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의 브랜드가 확고해졌다. 이 공사에서 중국중철의 기술력이 재평가를 받게 됐다. 가장 어려운 공사로 여기졌던 공사는 진샤강의 다리 건설이었다. 총 2억 1900만 위안이 소요되었으며 길이만도 1390 미터로 매우 긴 다리이다. 그런데 중국중철은 공사 난이도가 어려운 프로젝트를 훌륭히 수행하면서 중국 내에서 다리 건설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명실공히 중국 내부에서 중국중철의 이름을 확고히 하게 된다.
중국 진샤 다리건설 (자료=중국중철)
이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칭하이-티베트간 고속철도를 만들면서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중국 중철의 건설 기술력이 기후 악조건뿐만 아니라 4000 미터 이상 고지대등 지형적인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전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고속철도 (자료=중국중철)
칭하이–티베트간 고속철도 (자료=중국중철)
그런데 중국중철의 고속 성장과 함께 어두운 그림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1년 7월, 중국 윈저우시에서 2대의 고속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40명의 사망자와 2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시스템 통제장치의 문제로 의심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보다 사태수습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사람들은 고속철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철도 건설과 관련해 각종 부정부패의 서곡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1년 2월, 중국 고속철의 아버지로 불리는 중국 철도부 류즈쥔 부장이 구속됐다. 중국의 철도부는 국무원의 한 부서로 전체 직원만 3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공산당 조직이다. 류즈쥔 부장이 약 100억 위안에 이르는 철도 건설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다. 지난 2003년부터 철도부를 맡은 류즈쥔 부장은 중국의 고속철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특정 업체에게 공사를 몰아주며 성상납까지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중국의 고속철 사고는 이러한 부정부패로 인해 발생했다고 생각한 중국 사람들은 분노감을 표출했다. 이렇게 고속철 사업이 활성화될수록 숨겨진 부패와 비리가 들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자살도 연이어 이어졌다. 바이중런이 자살하기 전 난닝 철로국의 총조도장 운수처 처장 리즈가 투신 자살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류즈쥔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 다른 중국철로유한공사의 한 고관도 투신자살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우울증이지만 고속철 비리와 연관된 인사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연이어 구속되면서 부정부패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자살을 선택한 바이중런도 전혀 무관할 수 없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여진다.
중국중철 재무데이터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중국중철 총부채 (자료=NH농협증권,Bloomberg)
중국중철의 재무제표를 보면 놀라운 점을 하나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회사의 총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바이중런 총재가 경영 압박을 심하게 받았을 만한 부분이다.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할 정도로 매우 심한 부채 증가를 기록했는데 회사의 현금 고갈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중런 총재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사의 주가도 크게 하락해서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중국중철 주가차트 (자료=NH농협증권 GTS)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장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중철 주가는 중국 철도업계의 고질적인 부정부패가 주가에 모두 반영되면서 바닥을 다지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신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신 실크로드를 처음 언급했고, 10월에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제안했다. 이러한 대규모 경제협력이 완성되면 총인구 44억 명, 경제총량 21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경제권이 형성된다. 2014년 4월 리커창 총리가 보아오포럼에서 다시 한번 재확인하여 구체화되고 있다.
육상 실크로드는 중국 시안(西安)∼우루무치∼중앙아시아∼이스탄불∼뒤스부르크’를 연결한다. 또한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광저우(?州)∼싱가포르∼방그라데시∼탄자니아∼홍해∼지중해’로 이어지는 구체화된 계획안을 발표했다. 중국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유라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태평양 지역까지 넖힌다는 복안이다.
New 실크로드 예상도 (자료=Xinhua.net)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중국의 서부 개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중국은 유라시아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경제시장을 창출하게 되어 사실상 G1의 위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중국 중철은 이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10개 회사중의 하나이다. 중국 중철이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그동안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서 다시 한번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래서 중국 기업 분석은 언제나 어렵다. 죽어가는 기업도 살릴 수 있는 중국 정치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철의 성장 속도는 시속 몇 km가 될지 궁금하다.
김규배 NH농협증권 국제영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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