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사기' 예방도 원인 파악도 '늑장'
전자금융사기 금융사 책임 강화해야
2014-12-03 17:32:32 2014-12-03 17:32:32
(사진제공=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 최근 농협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계좌 인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그간 우리나라 금융권은 해커들의 공격에 속수무책 당하면서 '해커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날로 교묘해지는 해킹 수법에 대한 뾰족한 대안을 마련할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인데다 감독 소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모든 금융사고 대응의 핵심은 피해의 최소화와 사전 예방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는 커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형식적인 대응에 그쳐 소비자의 피해만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FDS 도입 '나몰라라'..금융당국은 '모르쇠'
 
전자금융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에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재 이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국민·신한·부산은행 단 3곳 뿐.
 
정부가 지난 2007년 전자금융거래법에 FDS 확보를 통한 신원 확인 의무 규정을 도입했지만, 감독 소홀로 인해 농협 등 대다수 은행들이 이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다.
 
FDS는 자신의 평상시 거래 패턴 데이터베이스(DB)화 시켜 놓고 여기서 어긋나는 거래가 있을 경우 감지해 고객에게 전화 등으로 확인이 가능하게 한 시스템이다.
 
FDS만 구축했더라면 최근 농협 계좌에서 주인 몰래 나흘 간 41차례에 걸쳐 300만원씩 모두 1억2000만원이 빠져나간 사고를 중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뒤늦게 농협 등 상호금융을 대상으로 내년 1월까지 FDS를 조기에 구축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FDS를 도입할 것을 지난해 은행권에 권고했지만 의무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이 시스템을 모든 은행에 구축하도록 행정지도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고사항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은행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은 최근 고객이 미리 지정한 계좌로만 100만원 이상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신입금계좌지정제'와 상호금융기관에 휴대전화 본인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뒷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사 보안책임 강화..소비자 보안 의식↑
 
파밍·스미싱 등과 같은 전자금융사기가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발빠른 대응도 필요하지만, 피해 발생시 금융사에 책임을 더 묻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은 전자금융사기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금융사에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금융사가 금융당국이 내린 지침에 잘 따르지 않는 등 보안에 대한 사전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도 감시, 감독 기능을 잘 해야겠지만 각 은행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감독원이 자명하게 책임져야 할 부분에는 대응이 필요하겠고, 무엇보다 금융사가 빨리 대응을 해줘야 소비자의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사기가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소비자가 그 피해를 명확히 입증해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은행의 책임 의무가 낮은데 금융당국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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