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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서 제목은 영화 제목 <대탈주 The Great Escape>서 인용했다. 수 세기 동안 지구촌의 불평드, 빈곤, 보건,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의미있는 진보가 있었음을 명쾌히 대변하는 책이다.
<위대한 탈출>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논쟁 때문이다.피케티가 자본과 노동의 분배 과정과 결과에 집중해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위대한 탈출>의 저자 앵거스 디턴은 경제성장이 인류 삶의 질이 개선된 시대의 큰 흐름에 집중했다.
이 책의 묘미는 경제 번영이 인류를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어떻게 ‘대탈출’시켰는지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논리로 흥미롭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일방적 원조가 저개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불평등 해소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며, 빈곤국의 역량개발을 통해 스스로 ‘탈출’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원조’라는 견해에서 저자의 전문가적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전문성 : 책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위대한 탈출'의 증거를 많은 도표를 통해 설명한다. 인류 전체의 경제성장 추이에 대한 실증적인 접근을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다.
▶대중성 : 책은 400페이지가 채 안된다. 내용이 그리 무겁지도 않다. <21세기 자본>과 비교해 읽는다면 더욱 쉽게 읽힌다.
▶참신성 : 반(反)자본주의 계열의 책들이 서가를 점령하고 있는 이때, 조목조목 반박을 하는 책이다. 저자의 시각은 자본주의 논쟁에 더욱 불을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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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평등과 불평등 사이의 줄다리기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한때는 지구의 절반을 장악할 만큼 인기를 끈 마르크스 경제학이 현대에도 타당한지 최근 재조명 되고있다.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 '마르크스의 재림' 또는 '피케티 신드롬'이라며 열풍이 불기 1년 전(前) 미국의 한 주류 경제학자의 저서가 출간됐다.

바로 정통 주류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앵거스 디턴 뉴욕대 교수의 <위대한 탈출>이다. 디턴이 말하는 '위대한 탈출''은 빈곤, 궁핍, 가난 등 열악한 삶으로부터의 벗어남을 뜻한다.
이 책은 세계는 갈수록 평등해지고 있고 부자가 될수록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디턴은 경제성장이 인류의 삶을 개선했다는 확실한 증거로 기대수명의 증가와 절대 빈곤층의 감소를 제시한다.
경제성장, 과학의 발전, 영양·위생 상태가 나아지면서 약 1세기가 지나는 동안 인류의 평균 30년 이상 더 살 수 있게됐다.
1751년 스웨덴에서는 영아 3명중 1명이 만 5세가 되기 전에 생을 마쳤다. 하지만 지금 이름모를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의 영아사망률도 산업혁명 당시 세계 최대 강대국이던 영국의 당시 영아사망률보다 낮다.
경제성장의 결과 국가 간 기대수명의 격차도 현저히 줄고 있다. 50년 전 최상위 국가와 그외 중간국가와의 격차는 20년 이상이었다. 일본(82.7년) 같은 기대수명 최상위 국가와 중간 국가(72.2년)의 격차는 10.5년 수준으로 줄었다.
<위대한 탈출>은 <21세기 자본>의 대척점에 서 있지만 경제성장의 ‘유산’으로 불평등이 파생된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단지 불평등은 성장과 발전의 자연스런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불평등 특정 국가 차원이 아니라 인류 전체로 보면 그 반대다. 미국에서의 제한적 불평등의 대가로 중국 인도에선 지난 30년간 수억명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중산층으로 도약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4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현재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점을 보면 대한민국은 '위대한 탈출'의 살아있는 증거다.
이책은 <21세기 자본>을 겨냥한 직접적인 반박은 없지만 불평등을 촉발시킨다며 자본주의를 '악(惡)'으로 세력에 대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불평등을 없애겠다는 20세기 공산주의 실험이 왜 참담하게 실패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던진다.
■책 속 밑줄긋기
"역설적이게도 도움을 주려는 원조가 정부 관료들을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국가 역량을 위태롭게 한다."
"경제성장은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수백만 명이 지독한 가난으로부터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대탈출은 영원히 지속되는 자유를 선사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어둠, 악, 무짖ㄹ서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도록 만들 뿐이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21세기 자본 바로읽기> | 안재욱·현진권 지음 | 백년동안 펴냄
<우리본서의 선한 천사> | 스티븐 핑커 지음 |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김민성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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