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섬유산업의 산증인' 고 이동찬 명예회장 발자취
2014-11-09 14:33:06 2014-11-09 14:33:06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국섬유산업의 개척자인 우정(牛汀) 이동찬 명예회장(사진)은 1922년 4월 1일 경북 영일군에서 이원만 창업주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호방한 성격의 창업주 이원만 선대회장(전 국회의원)이 일본에서 사업을 했던 탓에 이 명예회장은 고향에서 넉넉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다. 소학교를 수석 졸업한 이 명예회장은 어린 나이에 포항에 있는 일본인 상점의 점원으로서 사회에 첫 출발을 내딛게 됐다.
 
그 뒤 부친의 부름을 받고 일본으로 떠나 선대회장이 설립한 '아사히공예사'에서 경리 일을 맡았다. 당시 나이는 열다섯 살이다.
 
이 명예회장은 부친의 일을 도우며 흥국상업학교 야간부에 들어가 주경야독 생활을 했다. 그 후 와세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던 조선인 교수의 권유로 시험을 준비해 와세다 대학의 정치경제학부에 합격해 배움의 길로 접어들었다.
 
입학한 후에도 평소의 취미와 소질을 살려 정구, 축구, 기마 등의 스포츠는 물론 영어회화부, 변론부 그리고 정치학회인 동아협회 같은 학내 동아리에 적극 참여하며 대학시절을 보냈다. 1944년 1월13일 이 명예회장은 스물 세 살일 때 입영 1주일을 앞두고 신덕진 여사를 아내로 맞았다.
 
광복 후 귀국한 청년 이동찬은 경북기업이라는 직물공장을 설립하며 이 땅에 섬유산업의 횃불을 처음 들어올렸다. 한국전쟁의 여파로 국민의 기초생활마저 위협받던 당시 헐벗은 국민에게 따뜻한 옷을 입히겠다는 신념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는 더 큰 사업에 뜻을 품고 경북기업을 정리한 후 상경해 단칸 사무실에 삼경물산 서울사무소와 후일 코오롱상사㈜의 모태가 되는 개명상사를 1954년에 설립했다. 한국과 일본의 무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나일론의 개화기를 앞당겼다.
 
마침내 1957년 4월12일 부친 이원만 선대회장과 함께 '한국나이롱주식회사'를 창립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나일론사를 생산하며 한국 섬유산업의 기수로 등장해 한국 섬유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순간이다.
 
한국나이롱은 1963년 국내 최초로 일산 2.5톤(t) 규모의 나일론사 준공을 시작으로 1967년 공장을 증설, 10톤 공장으로 도약했다. 나일론사의 수요확대에 따라 1968년 판매전담회사로 코오롱상사를 창립, 이동찬 사장이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당시 사장 취임사를 통해 밝힌 이 명예회장의 경영지침은 향후 코오롱그룹의 반세기 역사 속에 뿌리 깊게 전해져 오고 있다.
 
당시 이동찬 사장은 기업의 건강한 이윤추구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내적인 충실도를 높여 확고한 기반 위에서 회사를 육성,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안정을 바탕으로 한 발전'을 선언했다. 
 
이어 1968년 한국폴리에스텔 등을 설립했다. 1970년 한국나이롱 사장에 취임하면서 원숙한 경영인으로서의 길을 걷는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국내 나일론섬유업계의 호황기인 동시에 화섬업계가 크게 도약한 시기였다.
 
설립 20주년이 되던 1977년 코오롱그룹은 그룹의 종합적인 발전과 경영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그룹 회장제를 신설하고 이동찬 대표이사 사장을 코오롱그룹의 회장으로 추대했다.코오롱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되기까지에는 열다섯 살의 나이로 부친인 이원만 선대회장을 도왔던 때로부터 기산하면 실로 40년 만의 일이다.
 
이 명예회장은 1977년 한국나이롱과 한국포리에스텔을 주식회사 코오롱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변신'을 위해 필름, 비디오테이프, 메디컬 등 관련 사업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사업다각화를 일궈내기도 했다.
 
1983년에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에 취임, 섬유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섬유백서'를 발간하는 등 한국 섬유산업의 선진화에 힘썼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그룹 내에 정보통신회사를 설립해 집중 육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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