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관계 맺는 법..'청소년부터 어른까지'
2014-10-04 05:52:02 2014-10-04 05:52:02
<우리 친구 맞아?> 이남석 지음 | 창비 펴냄
 
<우리 친구 맞아?>를 읽으면 요즘 청소년의 관계에 대한 지식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다. 이남석 심리변화행동연구소장이 쓴 이 책은 아버지 사업 탓에 서울에서 충남 예산으로 전학을 간 여중생 리나가 가족, 친구, 선후배들과 겪는 '관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책은 3부로 나뉜 큰 이야기로 청소년이 겪는 관계 문제를 풀어내고 그 이야기 줄기의 끝자락마다 저자의 해설을 담아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청소년은 물론 그들의 부모가 자녀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관계 문제는 요즘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장기적으로 보지 않고 그저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에서 비롯하는 관계의 문제도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것이지 않은가.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나를 떠난 벗, 지금 한창 만나고 있는 벗, 앞으로 만날 벗들을 더 진실하게 대하리라 다짐해본다"는 저자의 마지막 다짐을 따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전문성 : 글이 술술 읽히는 맛이 있어 '쉽다'고 느끼면서 심리학 관련 전문 지식을 술술 습득할 수 있다.
 
▶ 대중성 : 소설의 주요 인물 대부분이 여학생이라서 일부 남학생은 거부감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소재가 여학생일 뿐 주제는 '인간관계'이므로 .
 
▶ 참신성 : 인간 관계는 2000여 년 전 로마의 키케로가 살던 시절에도 문제였을 것이다. 해법도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으니….
 
 
여중생 리나는 '관계'에 대한 걱정이 많다. 언니, 학교 친구,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인정받고, 나아가 그 관계에서 권력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 리나도 이런 태도로는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리나는 남에게 인정받고 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친구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누군가를 괴롭히기도 한다. 친구를 통해 이득을 얻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혹시 왕따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좀 처져 보이는 친구는 멀리하고 좀 나아 보이는 친구에게 붙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식이다. 리나는 이득을 얻기 위해 남에게 잘해주는 어른인 도형에게 접근했다가 결국 사기를 당한다. 
 
리나가 이런 관계 맺기에 빠진 배경은 가족이 그녀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던 데서 비롯한다. 리나는 아버지가 사업하기 위해 시골로 가면 예전 친구를 잃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큰 걱정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리나의 걱정을 거의 모르면서 "가족을 위해서 사업을 한다"는 입장만 말한다. 이처럼 가족 안에서 친밀감을 느꼈던 적이 드물었던 탓에 리나는 장기적 관계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청소년에게 올바른 관계 맺기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부모의 충분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부모가 사랑을 충분히 베풀지 않고 형제와 경쟁해 이겼을 때나 부모의 기준에 맞는 모습을 보였을 때만 사랑을 표현한다면 아이에게 관계는 행복을 누릴 기회라기보다 긴장을 주는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다.
 
'네가 잘해야 나도 잘해 준다'라는 조건 중심의 관계 형성을 가족으로부터 배우면서 이익을 위해 경쟁하고, 다른 가족의 성공을 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족 관계의 연장선인 친구와 직장 동료 등도 부정적으로 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요즘에는 리나처럼 가족이라는 기본적 인간관계에서 소외된 청소년이 많다"며 "아이를 믿어주고 스스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맡겨 주고 목적의식을 갖도록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나의 이야기는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과 관계 맺기를 갈망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는 동등한 관계가 아닐뿐더러 둘 관계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뤄지기 어렵다. 저자는 "건강한 관계란 친밀하면서도 나의 너의 경계가 명확하고,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각자 요청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분명한 관계"라고 말한다. 이제, 벗들을 떠올려 보자.
 
책 속 밑줄 긋기
 
"싸우면 질 수 있다. 싸우지 않으면 이미 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독일 시인)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에겐가에 정성을 쏟은 일." -전우익 작가
 
"갖고 있는 유일한 도구가 망치라면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려 할 것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미국 심리학자)
 
"인생은 곱셈이다. 아무리 기회가 와도 자신이 제로라면 아무것도 안 된다." -나카무라 미쓰루
 
"교육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몽땅 잊어버리고 나면 남는 것이다."-아인슈타인
 
"관계의 출발이 사소했으니 상대방이 끝내기 전까지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자는 거야."
 
"사람들은 대부분 부당하게도 자신이 오르지 못할 경지에 오른 친구를 원하며, 자신들도 해 줄 수 없는 것을 친구가 해 주기를 바란다네. 그러나 먼저 자신이 선한 사람이 되고, 그런 다음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이치에 맞네.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만 우정이 안정적일 수 있네." -키케로(고대 로마의 철학자)
 
"SNS에서는 '좋음' 아니면 '싦음', '반응' 아니면 '무시' 이런 식으로 사람을 접하잖아. 그러다보니까 현실에서도 인간관계를 단순화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고. 넌 그런 것 같지 않니?"
 
"관계를 맺는 진정한 목적은 상대방은 물론 나 자신의 정신적 안정과 성장이다. 이런 점을 고민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기술에만 능숙해지면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상태에서 왜곡된 관계를 맺게 된다. 상대방을 기술을 써먹을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다."
 
"상처를 받으면 우리는 두 번 다시 상처받지 않으려고 우리 둘레에 벽을 친다. 하지만 벽을 치면 더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인도 철학자)
 
"성공을 해야 행복하지요.", "행복해야 성공한 것은 아니고요?"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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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펴냄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 습관 바꾸기 편> 리처드 칼슨 지음 | 강호정 옮김 | 도솔 펴냄
 
<해피패밀리> 고종석 지음 | 문학동네 펴냄
 
 
 
김동훈 문화체육부 기자
 
 
이 뉴스는 2014년 09월 30일 ( 13:41:6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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