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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땅 전쟁' 가열
2009-03-30 06:24:47 2009-03-30 06:24:47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부동산업종으로 분류된다"

삼성이 1990년대초 '업의 본질'을 정리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국내 유통업계의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파주 아웃렛 부지를 놓고 벌이고 있는 '땅 전쟁'도 바로 유통업의 본질이 부동산업이라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백화점, 대형 마트가 들어설만한 부지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유통업체들의 땅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 내 53만4천여㎡ 가운데 8만6천여㎡(약 2만6천여평) 규모의 땅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는 이 땅에 대해 2008년 1월 20년 장기 임대계약을 했다며 사용권을 주장하고 있고, 신세계는 땅 소유주인 ㈜CIT랜드측과 매입 약정을 체결, 소유권을 강조하고 있다.

양 측이 한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법정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과 함께 분쟁의 장기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2007년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도 한바탕 부지경쟁을 벌인 바 있다.

황학동 재개발지역의 신축 아파트 지하 대형마트 부지에 대해 신세계가 시행사인 조합측과 이마트 입점을 추진하던 중 시행사 및 시공사가 롯데건설로 바뀌면서 롯데마트가 뛰어든 것이다.
양 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경쟁을 벌이자 양 측은 추첨을 통해 업체를 결정하기로 했다. 결국 이마트가 행운을 얻었다.

이로 인해 롯데건설이 지은 롯데캐슬 주상복합 아파트에 롯데마트가 아닌 신세계의 이마트가 들어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07년 송도 국제업무 단지에서는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경쟁을 벌였으나 홈플러스가 승리했다. 당시 외국계 시행사가 영국 테스코를 모회사로 둔 홈플러스에 후한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2006년 김포 스카이 파크에서는 롯데가 신세계를 물리치고 입점한 사례다. 2003년 용산 역사와 양재동 하이브랜드 입찰에서는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맞붙었으나 이마트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현대백화점도 땅 전쟁에서 선전하고 있다.

청주 대농부지(연면적 11만㎡)에서 롯데와의 경합을 통해 사업권자로 낙찰돼 2011년께 백화점을 완공할 예정이다.

충남 아산 배방지구(연면적 9만㎡)에서는 롯데와 신세계를 물리치고 역시 2013년 현대백화점 깃발을 올린다. 광교신도시 부지(연면적 10만㎡)에서도 신세계와 AK그룹(구 애경그룹)을 따돌리고 2013년 백화점을 열 예정이다.

유통업체들의 땅에 대한 집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반도호텔 부지를 인수한 롯데는 주변 땅을 서서히 사들여 서울 소공동 일대를 롯데타운으로 변모시켰고, 신세계백화점도 서울 충무로 본점을 확장한데 이어 인근 메사 빌딩을 사들여 역시 신세계 타운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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