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국내 주요업종의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의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고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특히 정유, 조선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의 성장 흐름이 약화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자동차산업협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등 10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2014년 하반기 산업기상도’를 조사한 결과, 정보통신업종은 ‘맑음’, 자동차·기계·석유화학·섬유·의류 등 5개 업종은 ‘구름조금’, 정유·건설·조선·철강 등 4개 업종은 ‘흐림’으로 예상됐다고 10일 밝혔다.
‘대한상의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이를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좋음, ‘구름조금’은 다소 좋음, ‘흐림’은 다소 나쁨, ‘비’는 나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반기와 비교할 때 ‘정보통신’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인한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로 상반기와 비슷한 업황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방산업 업황 회복에 따른 가동률 향상으로 생산증가가 기대되는 ‘석유화학’,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출증가가 전망되는 ‘기계’, 성수기 시즌을 맞아 소비심리 회복을 예상하는 ‘의류’는 각각 1단계 오른 ‘구름조금’으로 다소 나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운업 시황 회복 지연,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진이 우려되는 ‘조선’은 1단계 떨어진 ‘흐림’으로 예보됐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정보통신’ 상반기 수준 예상..스마트폰 실적 및 디스플레이 수출 부진 우려도
정보통신업종은 상반기에 이어 맑음으로 분석됐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인한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 고용량 SSD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달 브라질 월드컵 특수를 누렸던 UHD(초고화질) TV 매출도 올해부터 시작되는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체 TV시장 대비 UH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0.7%에서 올해 5.5%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반기 스마트폰 실적 부진과 디스플레이의 장기간 수출 부진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의류·기계’ 침체 국면에서 회복세
자동차업종은 주요 세계시장 경기회복세 지속과 다양한 신차투입 효과로 상반기에 이어 ‘구름조금’으로 예상됐다.
하반기 자동차 내수시장은 신차 대거 출시, 경상용차 생산재개 등으로 수요확대가 예상된다. 수출은 미국, 유럽시장의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한-EU FTA로 발효로 이달부터 중대형 승용차 무관세 적용 등이 호조세를 이끌 전망이다.
그러나 본격적 임단협 시즌을 맞은 노사문제, 내수 시장에서의 수입차 시장의 꾸준한 증가세와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가 매출확대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내수부진에 따른 생산위축이라는 악재를 만났던 섬유업종은 상반기 내수부진을 만회했던 수출이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지역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중국 제조업 경기의 점진적 개선에 따라 중국시장 섬유수요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흐림’을 기록했던 석유화학은 하반기 ‘구름조금’으로 나아질 전망이다. 상반기에 부진했던 합섬 등 주요 전방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최근 FTA를 체결한 터키 수출이 증가하며 업황이 회복될 전망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출 증가세는 답보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나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른 총수요 증가, 중동 및 동남아 기업의 신증설 제한 등에 의한 수급 밸런스 유지로 전체 수출시장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의류업종과 기계업종도 하반기 ‘구름조금’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의류업종은 가을·겨울 계절적 성수기와 이른 추석을 맞아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되고, 사고 여파로 위축됐던 기업들의 마케팅이 본격화하며 업황이 다소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계업종은 미국과 EU의 경기회복에 따른 기계부품 수요가 호전될 전망이다. 신흥국 기계 수요도 점차 회복되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과 내수 또한 공작기계, 농기계 등의 수요 확대에 따라 지난 하반기보다 각각 4.6%, 4.4%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선’ 흐림으로 악화, ‘건설·철강’ 흐림 지속
조선업종은 상반기에는 LPG선, LNG선, 초대형 선박, 고연비 친환경 선박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 강세에 힘입어 ‘구름조금’이었으나, 하반기에는 전방산업인 해운업 시황 회복 지연, 해양플랜트 부문 부진 등으로 ‘흐림’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국제유가의 안정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추가적인 발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종도 하반기에 공공물량이 감소하고 대규모 신규주택 건설이 주춤할 것으로 우려돼 상반기에 이어 ‘흐림’으로 전망됐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해외건설수주 증가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여지는 남아있다.
상반기에 ‘흐림’이었던 철강업종도 하반기에 ‘흐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선진국 중심의 경기 회복과 설비가동률 향상으로 수출과 생산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설·조선 부문 수요회복 부진과 저가수입 압력 지속 등의 악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돼 상반기에 이어 ‘흐림’으로 예보됐다.
정유업종은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흐림’으로 전망됐다. 하반기 생산이 내수 정체와 수출환경 악화로 감소되리란 예상이다.
내수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수요 정체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4억1989만8000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수출 또한 중국, UAE, 인도 등의 증설물량이 쏟아지며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수송용 유류, 나프타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악화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