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뛰어넘는 뜨거운 열기와 철과 철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강력한 소음. 지난 7일 고급 후판 생산기지로 자리한 동국제강 당진공장.
아파트 3층 높이의 견학로에서도 열기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빨갛게 달궈진 슬라브가 쉴 새 없이 설비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후판의 원재료인 슬라브가 선박이나 해양플랜트용 고급 후판으로 탈바꿈하는 첫 번째 과정이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가열로는 평균 1170도까지 슬라브를 가열해 가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빨갛게 달궈진 슬라브는 롤 사이를 평균 15번 정도 왕복하며 고객사가 원하는 폭과 두께로 성형된다.
중간 중간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가 슬라브에 닿을 때마다 뿌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소음과 열기가 가득한 공간에 수증기까지 더해지자 비로소 철강 공장에 들어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최고난도 후판인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용 후판을 만들고 있다(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 당진공장은 동국제강 후판 사업의 정수를 담고 있는 핵심 생산 기지다. 동국제강은 현재 포항에 연산 190만톤 생산능력의 후판공장과 연산 150만톤 생산능력의 당진공장 등 2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중 당진공장은 2007년 건설을 시작해 2010년 준공된 최신 후판 전용 공장으로 공장 면적 15만3652㎡, 1.2㎞에 달하는 공장 건물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당진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후판은 연산 150만톤 규모로, 8000TEU급 컨테이너선 107척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곳에서는 평균 두께 250㎜~300㎜가량의 슬라브를 가공해 폭 4800㎜, 두께 6㎜~250㎜의 후판 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다.
사실상 모든 규격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당진공장은 기존의 건축구조용 후판이나, 범용 조선용 후판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신시장 개척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한 공장이다.
이에 따라 당진공장은 광폭 조선용 TMCP(온라인 가속열처리) 후판, 압력용기용 후판, 원유수송용 후판, 해양플랜트용 후판 등 최고난도 최고급 후판의 제조와 이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범용 후판의 경우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에 물밀 듯 밀려오면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자 차별화할 수 있는 고급 후판에 주력키로 한 것이다.
2010년 가동 이후 세계 10대 선급 인증은 물론 미국(API), 유럽(EN10225), 노르웨이(Norsok) 등 3대 규격 인증도 획득횄다.
2010년 가동 이후 총 114종의 신제품을 개발했으며, 올해 34종의 제품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해양플랜트용 후판의 95% 이상을 커버하는 수준이다.
◇연산 150만톤 규모의 최고급 후판을 만들고 있는 동국제강 당진공장 전경(사진=동국제강)
당진공장은 TMCP후판을 만들기 위해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후판의 최종 성질을 결정하는 MULPIC설비는 TMCP 후판 제조를 위한 핵심이다.
이 설비는 슬라브의 가열과 압연 과정의 모든 정보를 분석해 20톤, 폭 4m, 길이 18m에 달하는 후판을 초당 30~45도 속도로 냉각하면서 후판의 성질을 바꿔준다.
이렇게 나온 후판은 경제성은 물론이고 강도는 더 높고, 용접성과 같은 가공성은 더 뛰어나 초대형 선박과 구조물 등에 사용된다. 고연비 선박과 해양설비 분야에서 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후판 제품군 중의 하나다.
해양플랜트용 후판과 같은 특수 용도의 후판은 정밀 압연 과정에 더해져 열처리 과정(Normalizing)을 더 거쳐야 한다.
겉보기에는 가열로에 후판을 집어넣었을 뿐이지만, 수백도를 오르내리는 가열과 냉각, 그리고 재가열 등 일련의 과정에서 철강의 미세 조직과 상태를 예측해 온도, 시간을 완벽하게 제어해야만 원하는 최종 제품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해양구조물의 상부구조물에 사용되는 후판은 열처리 과정이 완벽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후판이다. 이 제품은 혹독하고 다양한 해양환경에서 대용량의 원유 등을 저장 처리하는 시설이어서 해양구조물용 후판 중에서도 최고급 후판에 속한다.
영하 50도에 이르는 환경에서 용접과 접합, 밴딩 가공을 견뎌야 하는 만큼 품질 조건이 까다롭다.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의 철강사만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후판 기술력의 상징이다.
당진공장은 지난해 엑슨모빌을 시작으로 토탈, 쉐브론, 동에너지 등 8개 오일메이저에 신규 후판 공급사로 등록했고, 총 10개의 프로젝트에 해양플랜트용 후판 11만8000톤을 공급했다. 덴마크 동에너지, 노르웨이 스타토일, 미국 쉐브론 등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는 상부구조물용 후판 27000톤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당진공장은 해양시추선 중 잭업리그용 후판과 같이 두께가 210mm에 달하는 초고강도 특수 후판 등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수주 준비 단계에 돌입했으며, LPG운반선에 사용되는 극저온용 후판 개발을 마치고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등 다양한 신수요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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