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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장한다는 한국은행 전망의 미스터리
소비·투자·수출 모두 1월보다 낮은데 성장률만 올려
2014-04-10 17:21:35 2014-04-10 17:25:44
◇이주열 한국은행총재(왼쪽)와 현오석 경제부총리.ⓒ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0일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1월 3.8%에서 0.2%포인트 상향조정한 4.0%로 조정전망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나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진게 없으나 지난달 국민계정 기준년도 개편에 따른 효과를 감안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은의 전망치에는 여러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다.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성장전망 변경의 근거가 되는 다른 지표들에 대한 전망은 오히려 1월보다 낮게 잡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한국은행)
 
 
이날 발표된 한은의 자료를 보면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에 대해 지난 1월에는 연간 3.4% 성장을 전망했지만 이번 수정전망시에는 3.1%로 0.3%포인트나 낮췄고, 설비투자는 1월에 5.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5.7% 성장으로 0.1%포인트 끌어내렸다.
 
상품수출 역시 지난 1월에는 올해 7.2%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무려 0.7%포인트 하향조정한 6.5%의 성장률을 전망치로 내 놨다.
 
소비와 투자, 수출의 거시지표 3박자를 모두 하향조정하고선 성장률 전망치만 종전 3.8%에서 4.0%로 올린 것이다.
 
그나마 1월에 비해 상향조정된 것은 건설투자(1.6%→1.9%) 정도뿐이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올해 수정 경제전망을 보면 지난 1월 발표됐던 전망 경로와 큰 차이는 없지만 새 국민계정체계(SNA)에 따른 통계 개편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가 0.2%포인트 상향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성장률의 기반이 되는 주요 지표들이 1월 발표 전망과 큰 차이가 없지 않고 오히려 하향조정됐다.
 
한은의 설명을 최대한 수용한다고 한다면 국민계정체계 개편의 효과가 소비·투자·수출의 하향조정을 상쇄할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계정체계 개편의 성장률 상승효과에 의문을 갖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김성태 박사는 "국민계정 개편이 그정도의(한국은행이 발표한 정도의) 성장률 조정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서 "다른 여건들이 다 나빠졌다고 하면서 성장률을 올린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국가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1월 전망할 때보다 소비도 나빠지고 설비도, 수출도 나빠진다고 했는데, 성장률만 상향한 것은 한은이 정부의 경제활성화 기대치에 부응한 측면이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국민계정 체계는 기본 베이스가 같이 쭉 올라가기 때문에 성장기여도는 크지 않다"면서 "국민계정 체계를 바꾸면서 R&D를 비용에서 투자로 전환해줬지만 금년에만 투자가 높아진게 아니라 작년 재작년도 같은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또한 성장기여도는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하나의 의문은 한은이 세계경제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주도의 성장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성장률과 성장률 변동의 흐름을 같이하고 있는데,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은 1월과 같은 3.6%성장으로 동결했다.
 
한은보다 하루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종전 3.7%에서 3.6%로 0.1%포인트 하향조정한 것 역시 세계경제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결과적으로 세계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없음에도 우리경제 성장률만 상향조정했다.
 
올해 3.9%의 높은 성장 전망을 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역시 한은의 성장률 조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도 6월말에 하반기 경제운용방안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을 수정하겠지만, 국민계정 조정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좀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성장률은 국민계정 기준 외에도 여러가지 대내외적인 여건을 감안해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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