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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주총? 형식 주총?..안건 의결, 올해도 속전속결
2014-03-14 15:33:36 2014-03-14 15:37:34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올해도 여전했다.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몰린 14일. '슈퍼 주총데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대부분 기업들이 큰 진통 없이 속전속결로 안건을 의결했다.
 
심지어 단 12분 만에 서둘러 주총을 끝낸 기업도 있다. 이날 116개 기업이 일제히 주총을 개최한 탓에 여러 곳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은 한 곳을 골라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총이 '주주들에 대한 경영보고'라는 본기능을 상실한 채 형식적 의결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액주주들은 주주의 권리 한 번 행사하지 못하고 거수기에 머물러야만 했다.
 
◇수장의 등장과 퇴진..포스코, 권오준시대 개막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상징인 포스코(005490)는 권오준 시대를 열어 젖혔다. 포스코는 이날 주총에서 권오준 차기 회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권 내정자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포스코 제8대 회장에 공식 선임됐다.
 
권 회장은 정체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기 위해 강한 쇄신의 칼을 빼들었다. 6개 상장계열사 중 5곳의 CEO를 전면 물갈이하는 등 인적쇄신과 함께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 회복을 기치로, 포스코를 포스코답게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송창룡 제일모직(001300) 부사장과 박주형 신세계(004170) 부사장은 각각 제일모직과 신세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LG상사(001120)는 이희범 부회장과 송치호 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투톱 체제다.  
 
아울러 세아베스틸(001430)의 이순형 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의 박주형 신세계 지원본부장이, 이마트(139480)는 이갑수 영업총괄부문 신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011210)는 윤준모 사장을, 삼성중공업(010140)은 윤영호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9년 만에 현대제철(004020)과 작별을 고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제3고로 완성, 현대하이스코(010520) 냉연부문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함에 따라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 회장은 현대차 사내이사 직함은 유지한다. 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모비스(012330) 사내이사로 계속 이름을 올리고 GS홈쇼핑(028150)은 허승조 GS리테일(007070) 부회장을, 오뚜기(007310)는 함영준 회장을, 삼성정밀화학(004000)은 성인희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삼성 총수일가 중 유일하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LG전자(066570) 구본준 부회장, 삼성물산의 김신 상사부문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김호연 전 빙그레(005180) 회장은 6년 만에 빙그레 등기이사 복귀하며 정치에서 경영으로 돌아왔다.
 
◇"할 말 있습니다!"..소액주주 목소리 냈지만
 
삼성전자(005930)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의 발언권을 두고 돌발 언쟁이 빚어졌다. 감사위원장에게 질문할 기회를 달라는 소액주주와 주총 의장으로서 허가할 수 없다는 권오현 부회장이 팽팽히 맞섰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사진=삼성전자)
 
이 자리에서 임원 보수에 비해 개인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규모가 적다는 지적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포스코 주총에서도 이사 보수 한도 70억원 승인 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주주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를 지적하며, 보수 한도를 낮추는 대신 사내하청 기업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원안대로 안건이 승인되자 총회 후 사내하청 문제를 제기하며 소리를 지르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삼성SDS 주총에서는 배당금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다. 한 주주는 "주당 배당 가능이익이 2만9000원인데 올해로 7년째 배당금이 1주당 250원"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주도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매년 배당은 250원"이라며 "경쟁사인 LG CNS와 SK C&C(034730)와 비교해도 적다"고 반발했다.
 
◇이사 보수 한도 속속 '증액'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의 보수 한도 증액을 의결한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우선 삼성전자(005930)는 주총에서 이사 보수를 전기에 비해 100억원 늘어난 480억원으로 승인했다. 일반보수는 300억원으로 전기와 같지만 장기성과보수가 늘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3년에 걸쳐 지급하는 장기성과급 때문에 100억원이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년도와 비슷하다"며 "2011~2013년 성과에 대한 보상을 2014~2016년까지 3개년에 걸쳐 각각 50억, 20억원, 20억원씩 나눠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011070)도 보수한도 승인액을 지난해보다 10억원 인상한 35억원으로 책정했다. 동종업계 다른 기업에 비해 이사 보수 한도가 낮다는 판단에서다. 
 
LG유플러스(032640)는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총 7명의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 4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승인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지난 2005년 이후 9년 만의 인상이다.
  
◇CEO들의 '말말말'..사업 계획부터 포부까지
 
시장에서 삼성SDS의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자 전동수 삼성SDS 대표는 상장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남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지만 보유한 자금으로 집행 가능한 수준"이라며 "상장을 위해 대규모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올해 상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031440)는 맥주사업 진출을 의결했다. 사업 분야에 '맥아 및 맥주 제조업'을 추가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해산물 뷔페 '보노보노'와 프리미엄 수제 햄버거 '자니로켓' 등을 통해 하우스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SDI(006400)는 주총에서 소형 2차전지 사업 경쟁력을 발판 삼아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중대형 자동차 전지 분야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ESS가 전력 수요관리 방안의 핵심요소로 부각되며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은 "올해 성과를 가시화하는 성장과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향수·화장품 사업을 성공적으로 오픈하고, 호텔 사업은 절대적인 품위 우위를 확보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올해 내수에서는 리더십을 키우는 한편 해외에서는 지역별 맞춤 전략을 강화하겠다"며 "글로벌 490만대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 생산능력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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