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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특수강 하공정 진출 가시화..세아와 정면충돌
현대제철 몸집 불리기..철강시장 요동
2014-02-27 15:21:10 2014-02-27 15:26:31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특수강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3고로 완성과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합병 등으로 급격히 덩치를 불리며 일관제철소로 재탄생한 현대제철이 특수강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면서다.
 
현대제철은 오는 4월 충남 당진제철소 내에 봉강 60만톤, 선재 40만톤 등 연산 100만톤 규모의 차세대 특수강 전용공장을 착공한다. 총 투자금액은 8442억원으로, 계획대로라면 오는 2015년 11월 본격가동에 들어간다.
 
특수강은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부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고부가 가치 제품이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특수강 선재 가공인 ‘하공정 사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완벽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해 현대·기아차의 원가를 더욱 절감할 수 있고, 현대제철은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완공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3고로에서 첫 쇳물이 흘러나오고 있다.(사진=현대제철)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수강 가공사업은 마진율이 낮아 세아특수강 등 소수의 상위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때문에 당초 현대제철도 중소기업 업종 침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직접 사업에 진출하기 보다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가격 조건이 맞지 않자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계열사인 현대비앤지스틸에 사업을 몰아주는 쪽으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11월 현대제철 특수강 공장이 가동하는 시기에 맞춰 현대비앤지스틸이 하공정 공장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1년 정도로, 공장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부지에 지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해 매출 6조9672억원, 영업이익 4593억원을 기록했으며, 현대·기아차와 현대로템 등 현대차그룹 관계사의 매출 의존도가 거의 절반에 달하는 알짜 기업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1% 급증했다. 특수강 가공사업까지 진출할 경우 안정적인 수요처를 발판 삼아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비앤지스틸의 대표는 고 정몽우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 사장이 맡고 있는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일선 사장의 큰 아버지다. 친족기업인 셈.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특수강 제품 의존도가 높은 세아특수강과의 납품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직접 특수강 사업에 나서게 됐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세아특수강은 국내 특수강 업계 1위로,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물량이 70%를 넘는다. 양사 간 거래 비중이 높다 보니 현대·기아차와 세아특수강은 한때 새로운 강종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하는 등 친밀도가 높았다. 하지만 수년째 가격 협상에 대한 앙금이 쌓이면서 현재는 관계가 급격히 소원해졌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이 특수강 가공사업에 진출할 경우 세아특수강 및 세아특수강에 선재를 공급하는 세아베스틸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했던 현대·기아차가 거래량을 줄일 경우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은 철강업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7.4%, 6.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영업이익률 5%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수익성이 좋은 편이다.
 
이에 대해 세아그룹 관계자는 "해외 자동차 클라이언트를 비롯해 미국 항공기 업체 등 대체 수요처를 발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공룡으로 변모한 현대제철의 몸집 불리기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업계 1위인 포스코와 비교해 매출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범현대家에 대규모 철강 수요 업체들이 모여 있는 만큼 꾸준한 성장세는 사실상 담보돼 있다는 평가다. 이를 기반으로 업종을 불문하고 시장을 유린하면서 불만감도 높아졌다.
 
이미 자동차강판 분야에서는 포스코, 후판 분야에서는 동국제강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번에 특수강 분야에 진출하면서 세아그룹과도 맞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자동차강판과 후판, 특수강 모두 철강업계의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인 점과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견제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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