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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이니 뭐니 해도..결국 실패한 '역사교과서 전쟁'
당정청이 드라이브건 우경화 교과서, 부실 왜곡으로 좌초..그러자 '국정교과서' 카드 꺼내
2014-01-09 13:05:03 2014-01-09 13:08:53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채택률 0.05%, 채택 학교 1곳’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현재까지 성적표다. 교학사 교과서를 "역사전쟁"의 무기로 쓰려던 한국 사회 보수 우경화 세력의 시도가 실패한 것이다. 경북 청송여고가 9일 ‘학부모간담회’와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며, 이제 남은 학교는 경기도 파주의 한민고 한 곳뿐이다.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5월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본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당시 '뉴라이트 교과서'라는 세간의 평가를 교과서 저자들은 부인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존의 다른 역사교과서들이 거꾸로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며 이념 논쟁을 촉발시켰다.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정치권에서도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은 8월말 최종 검정을 통과하면서부터다.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며, 역사단체 등 시민사회와 야권은 "친일미화, 독재 찬양 교과서"라며 검정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편향적 시각'뿐만 아니라, 교과서 내 수백 개의 오류도 발표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검정 취소를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면서 검정을 승인한 국사편찬위원회로 시선을 돌렸다.
 
야당은 새로 임명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의 과거 논문 등을 공개하며 그가 지극히 우편향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11월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은 교과서 문제와 유 위원장의 편향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정권 차원에서 '역사 왜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News1
 
그러나 새누리당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역사관이 투영됐을 것으로 본다"며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했다.
 
심지어 김무성 의원은 '근현대 역사교실' 창립식에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겠다"고 말해 '역사전쟁'을 선포했다. 이 모임에는 교학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강사로 참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후 야당과 시민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다른 7종의 교과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 뿐 아니라 다른 7종의 교과서들에게도 수정을 명령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사실관계 오류에 대해선 일부만 지적했고, 다른 교과서들에 대해선 '사관'을 문제 삼았다.
 
특히 다른 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수정 명령 중에는 1987년 박종철 씨의 죽음과 관련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피로 얼룩진 5.18 민주화운동' 등의 표현을 "교과서 용어로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수정을 명령해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권이 노골적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현재 6개 교과서의 저자들은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거부하며 교육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상태다.
 
갖은 논란 끝에 '시장'에 나온 교학사 교과서는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았다. 절대 다수의 학교가 아예 채택하지 않았고 극소수 채택을 고려했던 학교들도 학부모·학생·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교과서 논란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가세했다.
 
박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역사교과서에 대해 이념논쟁이 번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역사교과서는 이념편향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교육부가 다시 전면에 나섰다. 교육부는 6일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다가 이를 변경한 20여개 학교에 대해 특별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7일 단 하루 만에 "외압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외압의 실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받은 학교들 중 일부는 "어떤 외압도 없었다"며 교육부의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저조하자, 새누리당은 다시 역사교과서의 '국정교과서' 전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황우여 대표는 7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한 가지 교과서로 가르치는 게 국가적 임무라는 생각이 있다"며 "국가가 국정, 공인하는 한 가지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불을 지폈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9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국가에서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봐야 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새누리당의 '국정교과서' 언급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9일 "채택율 0%대인 교학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채택해 100%로 만들겠다는 역주행이고 독선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원내대표는 "유신회귀적 발상이며, 친일독재미화 역사를 국정교과서를 통해 국민의 머리에 주입하겠다는 독재적이고 독선적 인식"이라며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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