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 K씨는 동네 가전제품 할인마트에 걸린 '선할인 30만원'이란 문구를 보고 고가의 LED TV를 살까 많은 고민을 했다. 판매원은 "미리 제품을 구입하고 천천히 카드포인트로 갚으시면 된다"며 "부담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깊어졌다. 사회초년생인 K씨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많지 않아 고민 끝에 구매를 포기했지만 30만원 할인이라는 문구를 머릿 속에서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 전자제품 대리점 주위를 거닐다 보면 30만원·50만원 등 선할인으로 제품 가격을 깎아준다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카드만 신규 발급 받으면 10만원 단위의 금액을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구매의욕이 더욱 솟구친다.
선할인이란 카드사가 일정 포인트(최대70만원)를 미리 지급하면 소비자는 이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고 최장 3년간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로 갚아가는 제도다.
실제 카드사마다 선할인 제공기준은 각기 다르다. 선할인 금액도 20만원부터 최대 70만원으로 다양하고 할부수수료가 없는 회사도 더러 있다
선지급 포인트 제도는 상환방법에 따라 '선포인트'와 '포인트 연계할부'로 나뉜다.
선포인트는 먼저 지급된 포인트를 약정기간 내에 갚아가는 방식으로 약정기간이 끝나면 포인트에 미달된 부분을 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포인트 연계할부는 포인트를 매월 일정하게 분할해 상환하는 방식으로 매월 상환액에는 할부수수료가 포함돼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진=뉴스토마토 DB)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선지급포인트 결제를 사용했다가 결제금액을 채우지 못해 현금으로 상환한 금액은 전체 선지급포인트 사용금액의 절반 수준인 4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포인트 결제 사용고객 2명 중 1명은 현금으로 갚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연속 3개월 이상 카드 사용실적이 없다면 선지급 포인트 중 미상환액은 고객에게 일시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자산관리업계 관계자는 "일정 포인트를 적립해야 하는 의무감에 소득수준 이상으로 사용금액을 늘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늘어난 씀씀이를 줄이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며 "선할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신용카드의 '노예'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선지급 포인트는 할인 혜택이기 보다는 꼭 갚아야 할 빚"이라며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마케팅 전략은 아니지만 현명하게 이용하는 소비자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의 월별 카드 이용금액, 소비 패턴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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