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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경호대', 회사원 같았다"..국립공원 직원 진술
2013-11-28 19:48:39 2013-11-28 19:52:2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이석기 경호대'를 현장에서 목격한 설악산 국립공원 소속 직원 이모씨가 법정에서 이들이 "회사원인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지난 4월6일 12시쯤 한계령 탐방센터에서 등산로 출입통제를 어긴 등산객 20여 명을 적발해 8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들 20여명이 이른바 '혁명조직'(RO) 성원으로서,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경호하기 위해 산악훈련을 실시했다고 보고 있다.
 
28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 의원 등 7명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씨는 적발한 등산객 20여명이 "일반 등산객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 20여명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사장님이 내면 낼 것"이라고 말해 "회사원들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또 "산행 장비나, 행색에 비춰 일반 등산객과 다를 바 없었다"며 "많이 피곤하고 고단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씨는 31년간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근무하면서 이정도 규모의 등산로 출입통제를 어긴 등산객 무리는 "처음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설악산의 응달같은 경우 눈이 허벅지까지 쌓인 상태였다"며 "나같으면 이정도 날씨에 절대 안올라갔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시한 기상청 자료를 보면 지난 4월6일 설악산 한계령 휴게소 부근은 14.1노트의 바람이 불었고, 최저기온은 영하 8.7도를 기록했다.
 
그는 "당시 '진갈비'(진눈깨비의 강원도 방언)가 내리는 추운 날씨"였다며, 과태료 통지서를 작성하려는데 "손이 얼어 글씨를 못 쓸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지나온 등산로는 서북능선 12.6km는 설악산 장수대 휴게소에서 석화사를 지나 귓때기청봉을 거쳐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추정된다. 
 
설악산 등반로 가운데 험준한 코스로 일반 성인 남성 기준으로 8~9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다.
 
이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들의 행색은 일반 등산객과 다를 바 없었으나, 입산통제기간에 대규모 인원이 험준한 코스를 등반한 점은 특이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같은 법정에서 진술한 이씨의 동료 유모씨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변호인 측은 국정원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영장없이 불법으로 사찰을 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직원 서모씨는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홍순석씨가 세포모임 등을 갖고 조직활동을 한 사실을 확보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수사관이 영장없이 홍씨를 미행하고 현장에서 채증을 실시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국정원 수사관은 수사기법이라며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도 서씨의 진술로 검찰 측이 제출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및 집행조서 등에 대해 진정성립 요건이 성립됐다며 이를 증거로 채택했다.
 
◇수원지법(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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