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소리없이 강하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SM3 Z.E.를 만나면서 과거 레간자의 광고 카피가 떠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조용했고 강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12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SM3 Z.E. 시승 기회를 가졌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 씨에스호텔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시 도두동 퀵드롭스테이션까지 78㎞ 구간을 달리는 코스였다.
◇SM3 Z.E.의 외관. 차량 뒷부분에 머플러가 장착돼있지 않다.(사진=이한승기자)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본 외형은 SM3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머플러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머플러가 장착돼 있지 않았다.
아울러 SM3에 비해 좀 더 디테일해진 프런트 그릴과 눈꼬리가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리어램프도 변화의 포인트였다.
◇SM3 Z.E. 인테리어.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장착된 버튼. 맨 아래 사진의 가운데 에코(ECO) 버튼을 이용해 에코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사진=이한승기자)
내부도 전반적으로는 큰 변화를 알기 힘들다. 인테리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센터페시아의 변화가 거의 없는 탓이다.
가장 큰 변화는 계기판. 전기차여서 RPM 계기판과 기름게이지 대신 ▲배터리 소비 및 재충전 상황을 보여주는 에코미터 ▲배터리 충전게이지 ▲에코모드 정도를 표시해 주는 에코 드라이빙 인디케이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를 보면 르노삼성자동차가 주행의 효율성에 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에코미터의 경우 에너지 회복구간은 파란색, 에코 구간을 녹색, 에너지 사용구간을 주황색으로 표시해 효율적인 주행을 유도한다.
에코 드라이빙 인디케이터는 주행패턴이나 공조시스템 사용 등 에너지 이용현황을 줄기에 잎이 핀 형태로 표시해 에코드라이빙에 가까울수록 잎이 많이 피게 되는 구조로 돼 있다.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불편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시스템도 장착돼 있다. 배터리 충전게이지는 에너지 잔량을 알려주는 시스템인데, 배터리가 12%, 6% 남았을 때 경고등이 점등되고 경고음이 울린다.
또 계기판 오른쪽에는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돼 현재 남은 배터리로 얼마나 갈 수 있을지를 운전자가 알 수 있게 해준다. 충전시점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한 것.
◇계기판의 모습. 배터리 충전 게이지와 나뭇가지로 표시된 에코 드라이빙 인디케이터.(가운데). 시동을 걸면 왼쪽 에코미터에 'GO'라는 글자가 뜬다.(사진=이한승기자)
씨에스호텔에서 빠져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조용함은 느낄 수 있다. '부르릉'하는 특유의 엔진 소리가 없어 시동을 걸었는지 안 걸었는지 착각할 정도다.
계기판 왼쪽의 에코미터를 보면 시동을 걸었을 때 'GO'라는 글자가 뜬다. 오죽하면 시속 30㎞ 이하로 저속 주행시 소음이 너무 작아 'Z.E. 보이스'라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저속주행시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인지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장착해 놓은 것.
그래도 조용하다. 가솔린이나 디젤 등을 사용하는 기존 차량에 비해 너무 조용해 이질감이 들 정도다.
대신 상대적으로 주행시 문틈을 비집고 나오는 공기소리인 풍절음이 좀 더 크게 느껴지는 편이다. 기존 차량의 엔진소리에 상쇄되던 풍절음이 그대로 들려 소리가 더 부각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속도를 내봤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을 때 반응이 조금 느린 편이다. 밟는 대로 가속으로 연결되진 않는 느낌. 이와 함께 엑셀러레이터를 누르는 느낌이 가벼워 나도 모르는 새 속도가 시속 70~80㎞까지 올라갔다. SM3 Z.E.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가속시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속을 해보면 힘과 함께 안정성이 느껴진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약할 것이라는 예측을 산산조각냈다. SM3 Z.E.의 최대토크(23㎏·m)가 SM3의 최대토크(16.1㎏·m)보다 좋아서일까. 가속할 때 밀어주는 힘을 느낄 수 있다.
르노삼성이 밝힌 SM3 Z.E.의 최고속도는 시속 135㎞다. 그 이상으로 속도를 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달린 에코모드를 작동할 경우 최고속도는 시속 93~95㎞로 제한된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으면 주행 중에도 배터리가 재충전되는 '회생제동장치'가 가동된다. 내리막길 주행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로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부분으로 르노삼성차의 기술력이 집약됐다.
전기차의 핵심이자 우려는 '배터리 충전'. SM3 Z.E.는 한 번 충전으로 135㎞를 갈 수 있으며, 완속충전과 급속충전 모두 가능하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교류 7kW급 충전기로 완속충전할 경우 4~6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교류 43kW급 충전기로 급속충전을 하면 3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다만 남은 20%를 충전해 100%에 이르기까지는 총 1시간 정도 소요된다.
30분~1시간 동안의 급속충전 시간도 길다고 느낄 경우를 대비해 르노삼성은 '퀵드롭'이라는 배터리 교체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있는 배터리를 직접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를 사용할 경우 5~10분 정도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충전 대신 교체를 통해 시간을 줄인 것은 장점이지만 배터리 무게만 200㎏이 넘는 만큼 운전자가 직접 교체할 수 없어 퀵드롭 교체 전용센터를 찾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전기차의 보급에 맞춰 퀵드롭 교체 전용센터도 늘리겠다는 게 르노삼성의 계획이다.
◇배터리 교체방식인 '퀵드롭'. 지난 12일 퀵드롭 전용 교체센터인 퀵드롭 스테이션에서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다.(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사진=이한승기자)
소음, 매연이 없어 친환경 자동차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 기대되는 전기차 SM3 Z.E. 충전 인프라가 갖춰지면 주력 차량으로의 자리매김도 가능하겠지만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해 주력 차량보다는 세컨드카로서의 이용이 더 편해보인다.
장거리 주행에는 주력 차량을 이용하고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가까운 도심에서 주행할 때 SM3 Z.E.를 이용한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르노삼성은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 SM3 Z.E.와 리스차량을 겸용해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4000만원이 넘는 차량 가격이 다소 부담일 수 있지만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있어 1900만원 정도면 SM3 Z.E.를 구매할 수 있다. 준중형급 차량을 이 가격에 구입하고 기존 가솔린 대비 연간 6분의 1 가격으로 유지할 수 있는 차.
충분히 매력있지 아니한가.
[제원]
- 모델명 : SM3 Z.E(Zero Emission)
- 길이×너비×높이 : 4750×1810×1460㎜
- 모터형식 : 교류 동기식 모터
- 배터리 형식 / 정격전압 : 리튬이온 / 360V(74Ah)
- 최고출력 : 95마력(70kW)
- 최대토크 : 23㎏·m(226Nm)
- 연비 : 에너지소비효율 4.4㎞/kWh(도심은 4.8, 고속도로는 4.0)
- 가격 : RE(4300만원), SE Plus(4200만원)(환경부 1500만원, 지자체 800만원 보조금 지원시 약 1900~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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