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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지시' 인정한 국정원 직원. 법정서 진술 번복
2013-11-04 13:53:54 2013-11-04 13:57:47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검찰에서 불리한 증언을 한 국정원 직원이 진술을 모두 뒤집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진행된 원 전 원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황모씨(여)는 '상부의 지시로 특정 게시물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모조리 번복했다.
 
그렇게 진술한 것은 맞으나, 당시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여서 단정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황씨는 '모든 글은 시달된 이슈와 논지에 따라 작성됐다'는 자신의 검찰진술도 "심리적으로 긴장되고 위축된 상태라 잘 모르는 면을 단정적으로 진술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은 말단 직원이 제 입장에서는 지시와 같은 취지라 할 수 있다. 국정원 내부망에 게시된 것은 직원들이 암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진술한 부분도 "제 생각을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해 복지와 NLL(북방한계선), 제주해군기지 등 주요 대선후보의 공약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 상부에서 "정치 중립을 지키라는 말은 있었으나, 선거와 관련해 글을 올리면 안된다는 지시는 안 받았다"고 진술한 대목은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거의 울면서 답변할 수준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했다"며 "정치중립을 지키라는 것과 선거 글을 올리지 말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검찰조사에서 지난해 9월4일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오빤 엠비스타일'의 후속작인 '오빤 독도스타일'을 제목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링크한 게시글을 올린 데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상부의 지시에 따라 작성해 올렸고, '개인적으로 글을 썼을 리가 없다'고 진술하지 않았나"라고 물었으나, 황씨는 "그렇게 진술을 했으나, 상부지시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도 정신 못차린 이정희'라는 제목으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닌데, 당시 이슈가 돼서 올렸다"는 모호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검찰조사 당시 "키우는 딸도 있고, 업무와 가정일을 하기 힘들어 지시받은 것 외의 인터넷 활동을 하기는 어렵다"고 진술했는데, 이에 비춰 보면 다소 모순되는 해명이다.
 
검찰에서 업무 메뉴얼을 이메일로 받아 숙지했다던 황씨는 이날 법정에서 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동일한 장소를 반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폐쇄회로(CC)TV와 먼 위치에서 작업을 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본인 명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긴 메일을 받았다고 진술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러나 황씨는 "다른 행정 이메일과 착각을 한 것 같다"며 "진술을 곱씹어보니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황씨의 이날 증언을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의 게시글 작성 활동이 원 정 원장의 직접적이 지시를 바탕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 직원들이 특정 후보와 관련한 지지·비방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은 법정에서 상부의 존재와 지시와는 무관한 업무 수행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감금 사건'의 당사자인 김모씨(29)씨도 지난 9월 원 전 원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찰조사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파트장의 존재를 숨기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가 번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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