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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 대상 조세교육..선제대응 차원
2013-10-02 18:23:04 2013-10-02 18:26:50
[뉴스토마토 임애신·황민규기자] 삼성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상속세·증여세·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전반적인 조세법에 대한 법무 연수를 진행했다.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그룹 구조 재편에 착수한 가운데, 대기업에 대한 과세당국의 매서워진 칼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2일 오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005930) 다목적홀에서 '2013년 2차 법무 전문 연수'를 개최해 ▲지난해 하반기 및 올 상반기 조세 관련 판례 해설 ▲그룹 경영 이념 및 경영 철학 ▲이머징 국가 법률·규제 환경 소개 ▲신정부 하에서의 세정 방향 및 기업 과세 주요 쟁점 ▲해외 글로벌 기업의 유효 법인세 부담관리 및 한국 글로벌 기업에의 시사점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 연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생명(032830), 삼성물산(000830) 등 삼성그룹 각 계열사 법무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연을 한 조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삼성그룹에서 사내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고 해서 참여했다"며 "삼성그룹 법무팀에서 참고할 만한 주요 판례와 회사 경영과 관련된 지난 1년 동안의 판례 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처럼 삼성이 조세 관련 내용을 교육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대기업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한층 더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그룹에서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때 최우선적 이슈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복지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국세청은 올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조사를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대기업과 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세법질서 및 민생침해사범, 역외 탈세자 등이 대상이다.
 
특히 국세청은 대기업의 불법행위 등을 포함한 지하경제 양성화 4대 분야에 대해서는 조사 강도를 최대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대기업 등 사회적 지도층의 탈세 행위는 일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길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건전한 준법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기조 하에 국세청은 올 들어 대기업에 대한 활발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포스코(005490)CJ(001040), CJ E&M(130960), 롯데쇼핑(023530) 등이 이미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난 5월 말부터 효성(004800)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은 탈세액이 크고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 지난달 검찰 고발을 전제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때문인지 이날 교육 자료 내용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졌다. 이날 강연은 국세 기본법을 비롯해 상속세, 증여세법, 법인세와 관련한 판례 검토와 박근혜 정부의 세정 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강연자는 국세청이 최근 대기업에 대한 비자금이나 편법상속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기업 대응 방안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변호사들이 삼성 계열사 법무 관련된 인력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상적인 전문교육"이라며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알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 강연을 통해 스터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확대해석에 대한 경계가 짙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최근 세무조사 강화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하는 건 아니다"며 "세무조사 대응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평상시 세무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주로 정치적 관계에 기반한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언제 어떤 이유로 세무조사 타깃이 될 지 모른다"며 "주요그룹별로 세무쪽 담당자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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