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사실상 '부재중'이다.
장관 교체를 앞두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고위 간부들에 대한 후속인사가 계속 미뤄지면서 곳곳에 빈자리가 생겨 중요한 의사결정이 멈춰진 상태다.
작년 3월 이후 인사요인이 누적되면서 앞으로 있을 인사 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돼 상하급 직원들은 대부분 일이 손에 안잡힌다고 토로하고 있다.
◇ 고위간부 여기저기 '공석'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장.차관을 포함해 1급 이상 고위간부들이 현재 빈 자리이거나 바뀐지 얼마 안된 경우가 많아 곳곳에서 업무공백 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임자로 윤증현 씨가 내정된 이후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윤 내정자가 장관에 취임하는대로 정책의 총괄책임을 물려주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 내정자 역시 아직 취임 전이어서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과천 정부청사로 출근하지 않고 서울시내 예금보험공사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상황파악만 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허경욱 1차관 역시 줄곧 재정부에 몸담기는 했지만 직전에는 청와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차관 승진 이후 재정부 상황을 공부하는 중이다. 장.차관 중에는 배국환 2차관 만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1급은 절반 가량이 빈 자리다. 이수원 재정업무관리관이 청와대 경제상황실장으로 차출되면서 그 자리가 한달여 째 비어있고 FTA 국내대책본부장도 작년 말부터 공석이다. 임종룡 기획관리실장이 청와대로 간 이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았다.
다른 1급 간부들도 외청장 승진 가능성, 영전설 등이 계속 나오고 있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 국장급도 관심은 온통 '인사'
1급 공석이 속출하면서 현안을 꼼꼼히 챙겨야 할 국장들의 관심도 온통 후속 인사에 쏠려있다.
국세청이나 관세청 등 외청 인사에 따라서는 재정부 1급 인사가 빈자리를 메우는 선을 넘어서 대폭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고국장의 경우 이미 국가브랜드위원회 사무처장으로 내정돼 있어 사실상 빈자리다.
관례상 장관 비서실장과 대변인도 장관이 교체되면 함께 바뀌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교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연초가 되면서 공무원교육원이나 국방대학원, 해외근무 등 국.과장급 교육파견자도 5명 가량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연쇄 이동 요인이다.
특히 지난 1년 사이에 국장급 보직 이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후임 인선을 점치는 '복도 통신'이 무성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인사를 하지 않아 인사 변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경제가 아직 불안한 만큼 맡은 바 업무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일손 안잡힌다" 직원들도 걱정
대규모 인사설은 과장급 이하 직원들의 업무 분위기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 조직개편으로 기획재정부로 출범하면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된 이후 최근까지 큰 폭의 이동이 없었던 터여서 이번 인사는 도미노식으로 연쇄 승진, 이동이 예상돼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합쳐진 이후 양측 직원들을 상대방 보직에서 일하게 하는 '뒤섞기 인사'도 이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직원들은 신임 장관이 취임하고 후속 인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거나 추진할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다.
한 직원은 "인사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관련된 소문이 많아지고 일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평상시라면 장관 이임시 발생하는 레임덕의 불가피성이 어느정도 인정되지만 지금은 급박한 경제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재정부의 업무공백은 경기 부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부의 과장급 관계자는 "당분간 주요 의사결정이 스톱된 상태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라면서 "윤증현 내정자가 취임해야 업무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서기관은 "원래 인사설이 나돌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데, 이번에는 인사 폭이 꽤 클 것 같아 분위기가 더 어수선하다"면서 "속도전을 펼쳐야 할 시기에 인사철이 겹쳐 업무공백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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