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주식이나 은행예금 대신 채권을 찾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작년 말부터 기관들은 물론 개인투자자들까지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주식이나 낮아진 기준금리로 이자가 줄어든 은행예금 대신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우량 신용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양종금, 삼성, 대우, 우리, 한국, 하나대투, 현대, 대신, 미래, 굿모닝신한증권 등 10개 주요 증권사들의 소매채권 판매액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1조33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양종금증권은 4300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해 이미 작년 12월 한 달 판매액을 50% 이상 초과했으며, 삼성증권과 대우증권도 각각 2600억원과 2100억원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소매채권은 자산운용사, 보험, 은행 등 금융기관 간에 대규모로 거래되는 도매채권과 달리, 증권사 영업창구를 통해 일반법인이나 소형 금융사, 개인투자자에게 소액으로 판매되는 채권을 말한다.
작년 12월 기준금리 인하 후 판매가 늘기 시작한 소매채권은 최근 카드채 금리가 낮아지자 우량회사채나 캐피탈채 중심으로 팔리는 추세다.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손민형 팀장은 "증시는 여전히 불안하고 은행 예금 금리가 4%대로 떨어지면서 아직 7%대의 금리를 유지하는 우량회사채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보통 신용등급 AA 이상을 찾기 때문에 공급 물량이 달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속에 채권수익률이 호조를 보이면서 채권형펀드의 유입 자금도 급증하고 있다.
채권형펀드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1조5400억원이 순유입되면서 작년 12월에 이어 2개월째 순유입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자산운용협회는 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1천억원 이상 순유출된 국내 주식형펀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앞서 주식형펀드의 부상과 함께 수년째 감소세를 지속해온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작년 11월 말 3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현재 32조원 수준까지 회복됐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제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채권이나 채권형펀드로의 자금 이동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국고채 금리는 이미 3%대로 내려와 있지만, 우량 회사채 등 신용채는 국고채와의 금리차가 여전히 큰 편이어서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오창섭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투명한 경기 전망 등으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주식을 대신해 안전하면서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채권이 투자 대안으로 부상했다"며 "금리가 충분히 인하되고 경기하강이 진정되면 자금이 다시 주식 등으로 이동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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