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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대란 고질병)②민간발전사 배불리는 요금체계..위기반복 주범
민간 vs 한전, 영업이익률 격차 최대 9.6배..기업들 앞다퉈 시장진입 모색
민간기업, kwh당 96.40원에 쓰고 152.32원에 판다..땅 짚고 헤엄치기
일반가정, 누진세 폭탄에 절약 생활화..펑펑 쓰는 산업용 부담 짊어질 판
2013-08-23 14:39:14 2013-08-23 15:55:14
[뉴스토마토 양지윤·최병호기자] 정부의 안이하고도 괴상한 전력 셈범은 한전 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의 수익 격차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력생산 다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민간 유인책의 일환이라 해도 이 정도 수준이면 가히 '특혜'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함께 보장되면서 민간기업에게는 신천지가 열렸다.
 
SK(003600), 포스코(005490), GS(078930)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그룹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앉은 자리에서 돈을 긁어들이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 지난 1일 기준 민간발전사 수는 494개에 달한다.
 
삼성물산(000830), 동양(001520), 대우건설(047040), 현대산업(012630)개발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시장 진입을 다투고 있다. 동양그룹의 경우 사활을 걸 정도다. 전력거래 시장이 이들 기업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면서 역설적이게도 국가 재정에는 멍이 들기 시작했다.
 
산업용으로 책정된 낮은 전기료 덕에 기업들이 마음껏 전기를 가져다 쓰는 기형적 구조는 고착화 됐고, 정부는 이같은 전력난의 근본적 원인은 그대로 방치해 둔 채 이들 기업으로부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전기를 사오고 있다. 고스란히 국민 혈세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민간발전사 vs. 한전 발전자회사`..영업이익률 격차 9.6배
 
민간발전사인 SK E&S의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조1834억원, 영업이익은 6253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52.8%로, 불법 사채업자나 거둬들일 놀라운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제조업을 통틀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5361억원, 영업이익은 2086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8.91%다. 올초 전기요금이 평균 4% 인상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16.45%, 53.9% 줄었지만 수익률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출처=각 민간발전사 및 발전사회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SK E&S는 원가부담의 차이가 이 같은 영업이익률의 원인이라 설명하지만 같은 민간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와 GS EPS 역시 높은 수익을 내기는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포스코에너지(매출액 1조5570억원, 영업이익 1276억원)와 GS EPS(매출액 5526억원, 영업이익 489억원)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8.9%, 8.84%였다.
 
이처럼 민간발전사들은 넘치는 이익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공적인 개념의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사정이 판이하다. 올 상반기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한국남부발전 4.93%, 한국동서발전 4.05%, 한국서부발전 5.4%, 한국중부발전 5.64% 등이다.
 
한국남동발전(매출액 2조2854억, 영업이익 2941억원)만 유일하게 12.86%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한전 발전자회사들 중 가장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한국동서발전(4.05%)과 민간발전사인 SK E&S(38.91%)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무려 9.6배에 달했다.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출처=각 민간발전사 및 발전사회사의 올해 사업보고서.
 
발전자회사들의 매출액은 민간발전사보다 5배에서 많게는 10배를 웃돌았지만 영업이익률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전력생산을 많이 하고도 수익에 있어서는 민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한심한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부족한 전력을 민간으로부터 상당 부분 충당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도 완전히 어긋난다.
 
지난해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전력은 총 48만9195기가와트시(GWh)로, 이 가운데 전력량 기준 10.0%만이 민간발전사가 담당했을 뿐이다. 정산금액 기준으로는 18.4%인 4만8689GWh가 민간기업의 몫이었다. 차지하는 역할에 비해 값은 지나치게 비싸게 치룬 셈이다.
 
◇민간 152.32원, 발전 자회사 99.02원에 한전에 팔아..1.5배 비싼 민간 전력
 
민간과 발전자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두 배 넘게 벌어진 주된 요인은 한전의 전력도입 단가 차이에 있다. 전력도매시장은 한전이 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때 사들이는 기준이 계통한계가격(SMP)이다.
 
SMP는 전력 수급이 정상적인 경우 원자력과 석탄 등 연료비가 저렴한 기저발전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고, 공급 예비력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가장 비싼 LNG 발전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민간발전사들이 상시적으로 전력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문제는 평상시에는 한전 발전자회사로부터 낮은 가격에, 최근처럼 전력대란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할 경우 민간으로부터 시장 최고가에 전력을 사들인다는 데 있다. 국가적 위기는 민간발전사들에게는 돈벌이의 기회가 된다.
 
실제 올 상반기 주요 민간발전사가 한전에 판매한 전력 가격을 보면, 포스코에너지가 kwh당 158원으로 가장 비쌌고, 이어 GE EPS(kwh당 157.82원), SK E&S(kwh당 152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발전사들은 kwh당 평균 152.32원을 받고 전력을 한전에 판매했다.
 
◇출처=각 민간발전사 및 발전사회사의 올 상반기 사업보고서.
 
반면 한국남동발전(kwh당 73.30원), 한국중부발전(kwh당 105.53원), 한국서부발전(kwh당 105.70원), 한국남부발전(kwh당 111.96원), 한국동서발전(kwh 98.63원) 등 한전이 운영하는 발전자회사들은 민간발전사들보다 53.3원이나 더 싼 평균 99.02원에 전력을 팔았다.
 
지난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스코에너지와 SK E&S의 지난해 연평균 판매가격은 각각 162원, 163원인 반면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은 각각 75.43원, 108.16원에 그쳤다. 같은 전력을 공급함에도 민간발전사와 한전 발전자회사간 전력 공급 가격은 kwh당 두배 넘게 격차가 났다. 수급의 논리로 정하는 시장가는 이미 의미를 잃었다.
 
◇가격체계 문제점 못 고치는 정부 때문에..전기요금 인상 타령만 반복
 
특히 원전가동 중단 사태와 같이 예기치 못한 비상 상황이 터질 경우 전력구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력난이 가중될수록 LNG 발전기가 계통한계가격을 결정하는 횟수를 증가시키기 때문.
 
이는 전력을 사야 하는 한전의 비용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원가회수율을 밑도는 전력요금으로 지난해 2조6929억원, 올 상반기 기준 적자가 4364억원에 달하는 한전으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전력 당국은 뒤늦게야 이 같은 가격 체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3월부터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구매하는 전력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연성 정산상한가격제도'를 도입, 시행에 들어갔다. 전력거래 가격에 상한선을 정하고 최근처럼 관심 단계의 전력경보 발령이 잦을 때 민간발전사들이 고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몰제로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돼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력체계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과 전력거래시장이 재벌들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각계의 지적과 비판이 쇄도하자 정치권은 전력거래 가격상한선에서 한발 더 나아간 SMP 자체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민간발전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극구 반발할 태세다. 연료인 LNG 가격이 매년 상승하는데도, 전력 판매 가격이 낮아지면 지금과 같은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입장. 
 
발전업계 관계자는 "매년 상승세를 보이는 LNG 가격을 감안해 SMP 가격도 함께 올라가 줘야 하는데, 실상은 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SMP에 상한선을 정할 경우 지금처럼 많은 영업이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력 수급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민간기업을 발전시장에 참여시켜 놓고, 이제 와서 수익이 높다고 규제의 칼을 빼들고 있다"면서 "전력요금을 손보지 않고, 민간업체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땜질식 처방으로 대응한다면 민간의 발전시장 참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저항했다.
 
이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치권이 논의 중인 SMP 상한선 도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 기류다. 일각에서는 발빠른 대기업들이 국회 해당 상임위를 대상으로 로비에 들어갔다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국민부담 외면하고 기업이익 챙기는 정치권..국민 반발 직면
 
문제는 이들 주장대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기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 그마저도 외출 때는 콘센트 빼는 게 일상화돼 있는 일반 가정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정의 경우 누진세 폭탄에 질려 전력 소비량이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절약 캠페인으로만으로는 결코 문제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는 설명.
 
올 상반기 기준 가정용 전기료는 kwh당 124.25원인 데 반해 산업용은 96.40원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민간발전사들은 같은 기간 kwh당 평균 152.32원을 받고 전력을 한전에 내다 팔았다. 단순 계산상으로 발전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의 경우 앉은 자리에서 kwh당 55.92원을 남긴 셈이다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이 무리하게 유지되면서 산업용의 수요는 폭증했다. 이는 전력정책을 담당하는 한전의 적자를 키웠다. 전력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현재 전력도매 시장은 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로 나눠진 어중간한 구조"라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전력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은 물론 전력도매 시장의 칸막이를 없애야만 한전의 적자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연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전력난 심화로 도매전력시장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며 민간발전사들은 높은 수익을 실현하고 있는 반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는 재정적 압박을 겪고 있다"면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한 수요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절약은 가정이, 수익은 기업이, 적자는 국가가, 부담은 가정이 짊어지는 기현상이 언제까지 반복될 수는 없다"면서 "전력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근원적 대안이다. 산업용 전기료의 인상을 통한 이중적 전기료 체제를 뜯어고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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