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대통령의 화보와 부총리의 어부바
2013-08-01 14:53:34 2013-08-01 15:10:0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아직 한국사회는 윗 사람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살아남는, 아니 인정받는 사회인가 보다.
 
여기 저기서 미래와 창조를 외치지만 여전히 현재에 안주하고 상명하복의 시키는대로 잘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을 불러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을 앞세우고 대기업 회장들에게 고개를 숙이던 경제부총리는 대통령으로부터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은 뒤 이번엔 아예 경제민주화 '종결론'을 꺼냈다.
 
지난달 말일 지방 산업현장을 찾은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상반기에는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면서 "하반기에는 기업활동 촉진을 위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민생경제 회복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과제인데 1학기에만 하고 2학기에는 다른 과목을 하면되는 학교 과제물이라도 된다는 것인지 대한민국 경제부총리의 언행에 한없이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박근혜 정부가 상반기에는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고, 민생경제를 외면하고 오로지 경제민주화에 매진했던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언제는 창조경제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더니 이제는 창조경제의 기반마련과 일자리 창출은 별개인양 말한다.
 
경제민주화가 거의 마무리 됐다는 박 대통령에 코드를 무리하게 맞추려다 보니 말의 앞뒤가 꼬였다고 이해하고싶지만 이런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 연출될 것 같아 불안하다.
 
현 부총리의 '죽는 시늉'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간다.
 
그날 새만금 열병합발전소 용지를 찾아간 현 부총리는 민간투자자를 직접 업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했다.
 
"대통령이 업어주라고 하셔서, 퍼포먼스 한번 하시죠"라며 투자자를 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은 기자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며칠 전 "투자하는 분들을 업고 다녀야 한다"고 말한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유치원생처럼 말 그대로 이행한 관료는 현 부총리가 유일하다.
 
현 부총리의 다소 무리한 퍼포먼스는 그가 죽는 시늉까지 하며 따르는 박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 몇장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는데, 가히 화보촬영 수준의 연출이 눈에 띄었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 아름다운 모습으로 포장하는 언론도 적지 않았지만 "팔자 좋다"는 비난여론이 거셌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선거결과의 정당성마저 훼손된 상황에서 아름답게 포장된 화보는 이미지관리에 득보다는 실이 더 크지 않을까.
 
정치인에게는 퍼포먼스가 더 중요하겠지만 행정부와 행정부 수장에게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
 
휴가지에서 일부러 공개한 대통령의 화보와 노골적인 시늉이 담긴 부총리의 어부바 사진에 국민들의 눈살만 찌푸려질뿐이다.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과 부총리에게 바라는 것은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정책이고, 체감할 수 있는 행복이다.
 
대통령의 환상적인 화보와 고위 관료의 부자연스러운 퍼포먼스를 보는 국민들의 불쾌지수는 높다. 지방에서는 마른 장마로 기우제를 지내는데 지방으로 간 서울사람들이 전하는 소식은 장마 끝나자마자 닥칠 무더위보다 무섭다.
 
(사진=기획재정부,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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