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제위기를 돌파할 비장의 카드로 1개의 회사를 부품과 제품(세트) 2개 부문으로 분할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키로 한 가운데 사상 초유의 '한지붕 두가족' 실험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19일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를 실시한 뒤 21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조직개편 배경은 = 지금까지 삼성전자 조직은 반도체, LCD,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등 4개 사업부문 총괄과 경영지원, 기술 등 2개 지원총괄을 합해 총 6개 총괄로 운영됐다.
이런 체제는 총괄끼리 경쟁을 유발해 기술개발과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지만, 총괄 간 장벽이 높아지면서 급속한 기술융합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또 반도체, LCD 등 부품 쪽의 시황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제품 쪽으로 전가되는 현재의 구조가 경제위기 터널을 벗어나는 데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최근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6개 총괄 체제를 해체하고 반도체와 LCD를 관장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Device Solution) 부문과, 디지털미디어 및 정보통신을 관장하는 디지털미디어 & 커뮤니케이션(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 부문으로 이원화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다.
조직개편 후의 삼성전자는 '1개 회사 내의 2개 부문'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2개 회사가 하나의 간판 아래 공존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밝혔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마치 삼성물산 내의 상사와 건설 부문이 완전히 다른 회사로 운영되면서도 해외사업 수주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조직개편 후의 삼성전자도 회계 처리만 함께할 뿐 완전히 다른 2개의 회사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업부 배치 어떻게 될까 = 우선 기존 6개 총괄 중 기술과 경영지원 2개 총괄은 완전히 해체된다.
기술 총괄의 기능은 대부분 현장 사업장과 기술원으로 흡수되고, 경영지원 총괄은 홍보 등 일부 기능만 서울 본사에 남고 DS 부문과 DMC 부문의 현장 사업장으로 분산배치될 전망이다.
DS부문은 크게는 권오현 사장이 맡는 반도체 사업담당과 장원기 사장 내정자가 맡는 LCD사업부로 나뉜다.
반도체 사업은 영역이 다양하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D램과 플래시메모리를 개발·생산하는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사업부로 분할되고, 여기에 차세대 저장장치로 주목받는 SSD 사업부가 별도 설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DMC부문은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무선사업부, 와이브로와 LTE 등을 맡는 네트워크 사업부, PC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프린터사업부 등 기존 사업부 조직을 기본 틀로 하되 일부 통폐합과 명칭 변경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지성 사장은 DMC부문장과 함께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함으로써 글로벌 1위에 도전 중인 휴대전화 사업을 직접 관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사업팀 단위로 운영되던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MP3 등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 투톱 체제 조율이 관건 = DS부문과 DMC부문을 각각 맡은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 투톱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조율이 삼성전자 조직개편의 성공 여부를 가를 열쇠다.
기본적으로 부품 공급업체인 DS부문과 세트업체인 DMC는 갑과 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부문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납품단가 협상에서 갈등 요인을 상시로 안고 있다.
부품 공급이 달릴 때는 DS부문이, 지금처럼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DMC부문이 각각 갑의 위치가 된다.
또 현 상황에서 과거 구조조정본부 성격을 지니는 별도의 조율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다.
두 부문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더라도 조율의 최종 책임과 권한은 유일한 대표이사인 이윤우 부회장에게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 이 부회장과 최 사장이 모두 온화한 리더십과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투톱 체제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데 적임자라는 점도 이번 인사에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톱 시스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갈등 조율 문제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 부회장과 최 사장 두 사람이 오랫동안 선후배로서 호흡을 맞춰왔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조직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이런 숙제를 무리 없이 풀어갈 만한 인물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최근 사장단 인사를 통해 2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삼성카드 사장으로 옮겼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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