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왼쪽)가 지난달 1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제공=포항스틸러스)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베테랑' 김남일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한 매우 갑작스러운 선발 출전. 그렇게 우연히 이뤄진 A매치 첫 출전이지만 그 선수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자신감 넘치고 저돌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우려를 찬사로 바꿨다. 경기 이후 주는 MVP는 응당 그의 몫이었다. '프로 2년차 선수' 이명주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축구 월드컵 국가 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7차전에서 상대 자책골로 인해 가까스레 1-0으로 승리했다.
어떻게 승리했든지 간에 대한민국은 4승2무1패, 승점 14점을 기록하며 A조의 1위를 굳건하게 지켰다. 대한민국은 18일 오후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이명주는 이번 경기에서 얻은 보석이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빠진데다 김남일도 햄스트링 부상이 심해져 출전이 어려운 상황에 '대타'로 출전한 그였다.
'K리그 신인왕'이라는 칭호가 있긴 했지만 중요한 A매치 경기에 국내파 젊은 선수가 출전할 것이라는 소식에 많은 축구팬들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의 분수령인 중요한 일전이었기에 우려는 경기시작 전까지 끊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같은 우려는 기우였다. '독립 투사' 백종우와 함께 중원을 맡은 이명주는 자신의 기량을 또렷히 발했다. '지한파 우즈벡 에이스' 세르베르 제파로프와 중원을 겨루면서도 밀리지 않았고, 왕성한 활동량과 특유의 경기 센스를 과시하며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운명이 달린 경기를 멋지게 마쳤다.
경기 초반에는 다소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첫 터치에서 패스 미스를 했고, 뒤이어 강한 태클을 시도했다고 심판의 구두경고도 받았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르던 이명주가 위축될 수도 있던 터였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상황에 흔들리지 않았다.
초반의 위기를 넘기자 이후로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포항에서처럼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를 넣어줬고, 기성용과 김남일 이상의 폭발적인 활동량을 과시했다. 후반 34분 우즈벡의 역습 상황에서는 중앙선부터 전력 질주해서 게인리히의 공을 빼앗아왔다. 양쪽 진영 패널티 박스를 오가며 플레이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드필더로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경기 종료 이후 황선홍 포항 감독은 "명주가 긴장하지 않고 포항에서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고 흐뭇해 했다.
이명주는 "정말 기분이 좋다. A 대표팀서 뛰었다는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감독님을 비롯해 형들의 도움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면서 "'데뷔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압박을 빠르게 하고 투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신경썼을 뿐이다. 옆의 (박)종우 형이 많이 도와줬다. 나랑 스타일이 반대이기 때문에 맞추기 편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오는 18일 오후 9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서 이란과 최종예선 최종전을 벌인다. 김남일의 부상회복 속도에 따라 이날 선발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K리그 신인왕'을 넘어 'A매치 MVP'로 훌쩍 성장한 이명주가 이란전이 아닐 지라도 A매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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