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新연금저축 출시 한달..고객 반응 ‘미지근’
2013-06-05 17:08:04 2013-06-05 18:03:14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은행권의 新연금저축이 출시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시들하다. 납입기간이 줄고 수령기간은 늘어나는 등 개정된 세법이 반영됐지만 가입실적은 기대를 밑돌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2일부터 일제히 신연금저축 판매에 돌입했다.
 
연금저축은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일정기간 납입후 만 55세 이후부터 원리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상품으로, 은행은 연금신탁 형태로 판매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개정된 소득세법을 반영해 지난달부터 새로 연금저축을 출시했다.
 
신연금저축은 의무납입기간이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 반면 연금수령 기간은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매월받는 연금수령액이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지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
 
연간 납입한도는 1200만원(분기당 3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늘어났다. 대신 분기한도를 없애 여윳돈이 있을 때 더 납입할 수 있으며 연말에 한꺼번에 납입해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수령액에 5.5%씩 부과하던 연금소득세는 나이에 따라 3.3~5.5%로 차등 적용된다. 기존 연금저축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사적 연금과 합해 연간 600만원이던 분리과세 한도는 국민연금 수령액과 관계없이 연간 1200만원(사적연금만 포함)으로 늘었다. 금융소득이 많을수록 유리한 것이다.
 
기존 연금저축은 중도인출을 할 수 없지만 신연금저축은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다만 소득공제 한도는 연간 400만원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이같이 납입기간을 줄이고 세금 혜택을 강화하는 등 가입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새롭게 연금저축을 출시했지만 한달간 가입실적은 저조하다.
 
3일 현재 우리, 국민, 신한, 하나, 기업, 농협 등 6개 주요 시중은행 중 4곳(국민, 기업은행 제외)의 신연금저축 누적잔액은 3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권의 기존 연금저축이 월평균 수백억원의 누적 적립금을 쌓아왔음을 감안할 때 새 연금저축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연금저축 총 적립금(전 금융권 포함)은 7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 출시 이후 해마다 6조원 이상씩 적립금이 늘어온 셈이다.
 
이 중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4%로, 단순 계산하면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시장은 연평균 9000억원(매달 750억원)씩 적립금이 증가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은행권의 신연금저축은 출시 첫 달 누적잔액이 100억원을 한참 밑돈 것으로 보인다.
 
(자료 : 각 은행)
 
연금저축 상품에서 우위를 나타내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신연금저축 가입건수는 1860여 건으로 누적금액은 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기존 연금저축과 비슷한 추이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며 “소득공제 혜택을 기대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연말에 가입고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신연금저축 누적잔액은 7억원 규모로 기존 상품에 비해 눈에 띄는 증가세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연금저축이 나왔다고 기존 (연금저축) 가입자가 새 상품에 갈아타기도 어렵고 신규 가입고객이 크게 늘 만큼 경제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곳은 우리은행으로 우리은행의 신연금저축 가입건수는 약 9000건, 누적잔액은 13억9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금리가 계속되자 신연금저축이 틈새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여유자금이 있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저축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실적 공개를 거부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연금저축은 기존 상품에 바뀐 세법을 적용해서 다시 출시한 것으로 기존 상품과 큰 차이가 없다”며 “실적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역시 "아직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상품으로 판매 실적을 공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신연금저축 실적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법이 개정됐다고 연금저축 가입을 선호할 만큼 신연금저축이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노후대비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연금저축 가입 고객이 늘겠지만 단기간 눈에 띄는 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